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압박이 심해지면서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 달성 계획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치권의 요구대로 하반기 추경 편성을 하게 될 경우 내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설사 추경이 없다고 할지라도 성장률 감소 여파로 균형재정이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9월에 201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균형재정의 궤도를 수정하는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안과 함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드러나야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도 줄기가 잡힐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내년 균형재정 계획을 결국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균형재정 도그마'에 갇혔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더 이상 이에 집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2%대 성장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재정확장에 대한 군불을 떼고 있다.
균형재정이란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는 재정 상태로 이는 곧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를 제로(0)에 가깝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리대상수지는 올해 14조3,000억원 적자에서 내년에는 2,000억원 흑자로 전환되며 균형재정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을 재정수입 증가율(7.2%)보다 2.4%포인트 낮은 연평균 4.8%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예측했던 균형재정의 전제들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대 중반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3.6%에 그쳤고 올해는 상반기 중 3.3%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반기 유럽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올해 3%대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장률 감소는 균형재정에 두 가지 악영향을 끼친다. 직접적으로는 일단 세수가 줄어든다. 통상 성장률이 1% 감소할 경우 세수는 2조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조원 정도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재정확장에 대한 여론이 비등해지는 것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이며 정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균형재정을 위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세외수입 확충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정부는 당초 올해 기업은행ㆍ산업금융지주ㆍ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해 모두 2조3,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성사된 것이 없다. 공기업 민영화가 늦어지고 경기침체로 공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해 정부 배당수익마저 줄어들 경우 세외수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 균형재정은 이 정부가 쉽게 포기하는 힘든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감세정책, 7%대 고성장 등 현 정부의 대선 공약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마당에 균형재정으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바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결국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어떻게 잡히느냐가 균형재정 시기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4ㆍ4분기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괜찮아지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균형재정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4.3%)는 9월 '2013년 예산안' 국회 제출과 함께 수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