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악 엥겔지수, 머나먼 국민행복

지난해 저소득층의 엥겔지수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데 지출되는 돈마저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과 반대로 고소득층의 엥겔지수는 떨어졌다. 전형적인 후진국 현상이자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팍팍해진 삶은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는 크게 올랐다. 전기요금을 필두로 도시가스ㆍ광역상수도와 대중교통 수단인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이 4.0~5.8% 뛰었다. 된장과 고추장 같은 양념류와 밀가루ㆍ김치제품의 올해 평균 인상률은 7%에 이른다. 전셋값도 들먹거리고 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기대를 걸고 싶어도 뾰족한 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물가의 구조적 안정화'의 구체적 수단이라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시장의 경쟁촉진, 중저가 단말기 보급도 이명박 정부의 재탕 수준이다. 성장 우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경기진작대책으로 이어질 경우 물가는 더 큰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짙다.

관련기사



이런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강조한 '국민행복 증진' 역시 당분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물가가 뛰어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집 없는 서민의 고달픔이 가중되는 마당에 행복할 수 있다면 이상한 일이다. 단언하건대 물가안정을 기반으로 하는 엥겔지수의 하락 없이는 국민행복도 없다.

물가안정은 복지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작금의 생활물가 오름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 복지의 상징격인 기초연금도 효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물가안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2 한강의 기적'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만성적 물가상승이 일반가계에 강요되는 성장은 행복은커녕 그 자체로 성장잠재력을 저하한다. 행복은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에서 시작된다. 국민행복이 엥겔지수라는 장벽 뒤에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