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자동차업계 「빅3」/클린턴 2기 ‘떨떠름’

◎환경규제 강화… 미니밴·스포츠카 등 타격 우려『우린 새 정부가 그리 반갑지 않다』. 20일 닻을 올린 클린턴 제2기 행정부. 취임식장이 환영물결에 도취돼 있는 동안에도 미 비즈니스맨중엔 유난히 얼굴에 그늘이 사라지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미 자동차 「빅3」의 회장들. 이들은 특히 앨 고어 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환경을 강조하는 순간에는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로버트 이튼 크라이슬러 회장은 디트로이트 뉴스지와의 회견에서 고어의 환경규제정책에 대해 「두려움」까지 나타냈다. 클린턴행정부 출범이후 미 자동차업계들은 안팎으로 고통이 가중돼왔다. 현 정부가 내세운 환경정책은 매번 자동차업계가 주표적이 됐다. 93년 미 정부는 자동차업계에 대해 신차의 연비를 갤론당 1백35킬로미터까지 높이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일반 중형세단 연비의 3배에 이르는 것. 새 연비기준은 빠르면 9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보호협회(EPA)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극소 미립자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새 정부는 또 가까운 시일안에 가솔린 소비량이 많은 픽업트럭과 미니밴, 스포츠카 등의 판매를 제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업계에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이같은 환경친화적 정책기조가 더욱 강화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일본 자동차메이커의 미국 자동차시장 공격이 가속될게 뻔하다. 일본 혼다의 「CRV」와 도요타의 「RAV4」 등은 빅3의 차종에 비해 연비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포드 관계자는 『혼다의 어코드가 포드의 토러스를 물리치고 미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잔뜩 겁먹은 눈치다. 미국내 일부자동차 업계에서는 고어의 차기 대통령 등극을 최악의 시나리오로까지 보는 분위기다. 지속되는 달러강세도 자동차업계를 괴롭히고 있다. 달러강세의 주요인중 하나가 「강한 달러」를 내세우는 현정부의 정책기조때문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기준에 맞는 새 차종을 개발하는데 연구개발비는 자꾸 늘어나는데 달러강세로 경쟁력은 사라지고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환경도 좋지만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망한다. 일본에 대한 무역보복에 앞서 우리의 숨통을 먼저 터주는게 중요한게 아닌가』라는 미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볼멘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는 형국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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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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