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달부터 더줘야 하나" 통상임금 대혼란

소급시기 놓고 이견 경총 권 "勞 소송으로 노사자치 부정"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산업현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그럼 당장 이달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어서 임금을 계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한 인사담당자는 19일 "판결이 내려진 후부터 바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어 임금을 새로 계산해야 하는지, 내년 임금협상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꿔도 되는지 정확히 몰라 헷갈린다"며 "정기상여금을 받는 약 3,000명 정도의 판매담당 직원이 임금조정 대상인데 통상임금 확대 시기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도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로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묻는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당장 이달부터 '자동적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라면 근로자들은 이달 임금명세서를 보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소송까지 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인 이상 기업 59.1%는 고정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절반 이상은 당장 임금조정을 해야 할 압박에 직면하는 동시에 소송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서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는 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보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판결 이후 바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여겨진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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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명시적·암묵적으로 합의한 지난 임금협상까지는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내년 임금협상 때부터 통상임금이 확대된다고 보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확대 시기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기상여금의 소급 적용과 범위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소다. 대법원은 판결 이전에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노사합의가 있었을 경우 추가 임금청구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있으면 추가적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경영상 어려움이나 위태로운 사정 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의 예로 △상시적 초과근로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 △추가 지급으로 인한 임금인상률이 예상을 훨씬 웃돌 경우 등을 들었지만 이 또한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여서 한동안 노동현장과 법원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포럼에서 인사말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의 본질은 (노사합의라는) 신뢰와 약속의 문제"라며 "노동계는 이를 저버리고 소송을 통해 노사자치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일갈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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