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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동의 A공인 관계자는 성사될 듯 되지 않는 거래 때문에 속이 탄다. 9억원짜리 주공5단지의 아파트 매매가를 둘러싸고 불과 매도-매수자간 1,000만원에 불과한 금액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1,000만원만 가격을 낮추면 취득세가 2%에서 1%로 줄어들어 총 2,000만원이나 매입금액을 줄일 수 있지만 매도자가 좀처럼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이 사실상 확실시 되면서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과표구간에 걸린 아파트를 둘러싼 매도-매수자간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취득세율이 달라지는 9억원ㆍ12억원 안팎의 매물을 둘러싸고 매수자는 세금을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마음이지만 매도자들은 좀처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거래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흥정이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는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다. 이 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의 호가는 9억500만~9억1,000만원으로, 이 가격대로라면 매입시 취득세율이 2%여서 1,82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500만~1,000만원만 깎으면 9억원 이하로 낮아져 취득세 역시 1%인 9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매매가는 1,000만원 정도 내리지만 매수자의 실제 가격 인하 효과는 2,000만원 아까이 되는 셈이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더 받고 싶은데 매매가를 낮춰 볼 순 없냐는 문의가 1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아파트 56㎡의 호가는 9억원으로 정확히 과표구간에 걸려 있어 매수 문의가 많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호가가 5,000만원 가량 뛴 상황이어서 매수자들이 계약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아예 10억원 이상 돼 버리면 취득세 혜택을 포기하지만 9억원과 12억원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아파트를 두고 힘겨루리가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초구 잠원동 한신4차 100㎡,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 120㎡도 9억원 초반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어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매도-매수자간 눈치보기가 한창인 사례다.
업계는 지난 6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여 과표구간에 걸친 매물을 둘러싼 가격 흥정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큰폭의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매수자들이 세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기 때문에 과표 구간 이하로 가격을 낮춘 매물에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