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성준 칼럼] 남북교류협력과 제주도

고성준 제주대 교수

고성준 제주대 고수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남북교류협력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울산시, 강원도, 경기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충북 제천시, 나주시, 포항시, 경주시 등이 남북교류협력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은 초기의 일방적인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에서 점차 인적 교류사업과 사회·문화적 또는 경제적 협력 사업으로 확장되어 왔다.

향후 지자체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성숙될수록 새롭고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모색할 수 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남북 지역주민들이 동참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도모하여 이질성을 극복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8조(민족동질성 회복) 2항은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 등의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켜 남한과 북한간 상호이해를 도모하고 민족의 전통문화 창달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은 대북 지원이라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한편으로는 남북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이라는 실용성을 도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 이질성 극복과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성을 갖고 있다.

2005년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이후 국내외 환경과 여건은 많이 변화되었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왔고, 제주도정 역시 김태환·우근민 도정에 이어 원희룡 도정에 접어들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그로 인한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증가로 ‘북한 감귤보내기 운동’과 같은 평화실천 사업도 중단된 상태이다. 1998년 물꼬를 튼 이후 2010년까지 12년간 지속되어 온 제주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중단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등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확대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에 발 맞춰 원희룡 도정도 지자체 대북교류협력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선도적 역할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원희룡 지사는 지난 7월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 추진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9월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와 동 사업의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한 바 있다. 원 지사는 또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 감귤보내기사업’의 재개와 함께 제주-북한간 크루즈관광라인의 구축을 건의한 바 있다. 원 도정은 지자체 차원에서 대북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맞물려 제주도정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월 25일 민화협 주최로 열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북한 사회간접자본 개발협력 추진 방향’ 토론회의 기조연설에서 정부 차원의 대북 비료 지원 방침과 함께 ‘규모가 큰 남북 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류 장관은 “투명성만 담보된다면 농업과 산림지원 사업에서 소규모 비료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류 장관의 이런 발언은 정부 차원의 쌀 비료 지원과 대북 경제협력을 중단시킨 5·24조치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를 통해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를 우회하는 등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 맞춰 제주특별자치도가 과거에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회고하면서 새로운 방향 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 글은 제주도가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동안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성과를 분석, 평가하고 변화되고 있는 남북관계 및 대북·통일정책 환경 하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향후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발전방향을 모색, 제언하고자 한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특성과 의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에는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관계하고 있다. 그 중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고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후퇴가 정치·군사적 요인들에 의해 크게 규정되고 있고,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률 및 제도가 아직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지속되면서 남북관계에서 정부 이외에도 지자체, 민간단체, 기업의 역할이 높아지게 되었다.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지자체의 참여 명분과 공간이 확보되고 그 역할도 증대되기 시작한 계기는 2000년의 6·15 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남북공동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제4항에 의하면,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특성을 보면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된 최초의 동기는 지자체별로 매우 다양하다. 강원도와 제주는 매우 일찍부터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이며 반면에 충청남도와 같이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실적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 최대석 등의 ‘지방자치단체 대북교류 10년(통일부, 2009)에 따르면 지자체들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간적 편차를 두고 진행되었다. 그것은 각각의 지자체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동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동성 등의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 거버넌스 구축 방안 기본연구(2011년,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된 내부적 욕구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접경지역의 발전에 대한 욕구이며 둘째는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구호 활동과 남북화해협력에 기여이며 셋째는 지자체 행사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는데 있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대체로 대북지원, 남북 사회문화교류, 남북경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북지원의 경우에는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가 주요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광범위한 분야인 남북 사회문화교류에는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가 모두 주요 행위자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정부와 기업만이 주요 행위자로 관계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주로 대북지원과 남북 사회문화교류에 관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북지원에서 지자체는 정부와 민간단체의 중간지대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중앙정부보다 정치·군사적 영향을 덜 받으면서 대북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는 자체 예산 확보 등을 통해 민간단체보다 큰 규모로 자원동원을 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수준의 규모로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농업기술원 등 산하 기관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자체는 기업과 비교했을 때에는 공익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부정적 측면에서는 이종무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 활성화 과제(2009년 봄호, 현대경제연구원)를 보면 중앙정부와 비교해서 대북 협상력이 많이 떨어지며, 사업의 결정 및 집행체계가 경직적이어서 민간단체와 같이 대북지원에 있어서 신축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가장 포괄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주요 행위자로는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가 있는데, 여기에서 정부가 정책의 주체라면 지자체·기업·민간단체는 사업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실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자체·기업·민간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 사회문화교류 사업에서 지자체·기업·민간단체들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사회문화교류 사업이 일회적인 행사로 기획·추진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은 행위자별 특성이 나타날 정도로 남북 사회문화교류 사업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의의를 보면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중앙정부나 민간부문이 주체가 되는 여타의 사업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간의 사회문화 및 경제적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제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존과 평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양 사회간의 평화적 통합을 지향하는 데에 그 궁극적 의의를 두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이러한 일반적 의의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의의를 함께 포괄하고 있다. 남북교류의 접근채널과 교류방식의 다양화, 남북한 사회의 동질성 회복에 기여, 남북교류의 지속성 제고, 남북한 균형 발전과 통일환경 조성 등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남북교류협력의 성과와 평가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 성과를 보면 첫 번째로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을 들 수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 사업은 1998년 12월부터 시작되어 2010년 2월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2회에 걸쳐 지속되었고, 북한에 의해 천안함 피격이 된 후 5.24 조치로 중단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제주도민은 그동안 감귤 4만 8328t, 당근 1만 8100t을 북한에 지원했다.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은 지원 주체의 측면에서 지방자치 단체와 도민이 일체가 되어 추진한 첫 번째이며 유일한 사례로, 국민적 공감대라는 대북지원의 한 원칙을 구체화 시킨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원 물품도 남북의 이해와 이익을 고루 살리는 격으로 상생공영이라는 기조에 부합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 동안 대북지원 사업이 NGO와 중앙정부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 사업은 제주도라는 지방자치단체와 도민이 주축이 된 민간조직(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이 함께 민관협력의 형태로 이루어진 최초의 사례로 그 후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었다. 제주 감귤은 특히 정서적으로 북한주민에게 지원물품 이상의 의미를 주고 통일의 꿈과 희망을 전달한 물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북한 정부도 풍부한 비타민C가 담긴 감귤을 대량으로 지원받으면서, 감사의 표시로 제주도민 대표단의 방북초청을 하면서 2002년 4월의 1차 방북은 분단 사상 최초의 대규모 인적교류로 그 이후 남북 민간 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대규모 제주도민 대표단 방북은 2007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루어 졌다.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며 정부의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승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0여년 동안 진행되어 올 수 있었던 데는 제주도와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 북한당국이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에 대한 가지고 있는 깊은 호감을 감안하고, 도세가 약함에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제주도의 대북사업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하면서 중앙정부가 제주도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 남북회담과 남북행사가 잘 이루어졌고, 지자체 단체장을 비롯 도민운동본부의 이사장,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의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도 다른 지자체보다 상당히 좋아서 기금 지원 악수도 타 지자체나 NGO에 비할 수 없이 컸다.

감귤보내기 운동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북한에 대한 제주도민의 인도적 지원 아이템을 넓히게 만들었다.


두 번째 사업 성과로 남북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각종 남북대화 개최를 들 수 있다. 2000년 6.15 정상회의 이후, ‘한라-백두’라는 통일 노력의 상징지이며 감귤보내기 운동이 전개되는 제주도가 2000년 가을 남북 장관급 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면서 남북회담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개되는 제주 감귤보내기 사업 덕분에 그 후 2005년 17차 장관급회담, 2006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등이 개최되어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남북회담의 단골 개최지가 되었고, 북한의 체육 선수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한국에서 다양한 회담에 개최될 것으로 보여지며, 이 경우 ‘세계평화의 섬’인 제주가 평화를 제주의 특산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차원에서 제주도로 유치하는 노력을 제주특별자치도가 적극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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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사업 성과로 제주도민 대표단의 방북을 들 수 있다. 제주도의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은 대규모 인적 교류로 발전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즉 제주도의 지속적인 대북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북한 당국은 제주도민방북단을 네 차례나 초청하여 총 835명이 방북했다. 2002년 5월 10일~15일에 253명이라는 대규모의 제1차 제주도민 대표단의 방북은 지자체차원은 물론이고 민간단체를 경우를 막론하고 분단사상 최초의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건 없는 물질적 지원이 대규모의 인적 방문으로 이어진 점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네 번째 사업 성과로 남북 민족 평화 축전 개최를 들 수 있다. 남북분단 이후 반 세기 만에 민간 주도로 개최된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은 2003년 2월 개혁국민정당의 김원웅 대표가 ‘일제의 조선인 강제 연행 범죄성에 대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 참석차 방북하여 북한측(조선아태평화위원회)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이루어져 2003년 10월 23일 190여명의 북한 참가자들이 고려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하고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되었다. 행사 개최지로 제주가 결정된 것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지속적인 남북교류사업에 대해 북한 당국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민족평화축전 개최의 성과는 남북한 민간단체가 주관하여 남한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남북한 민간교류 라는 점과 제주가 남북한 교류협력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의 재확인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축전은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과 일정상의 변경, 참가단의 축소 등의 문제를 노출시켰고, 축전조직위원회가 추진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주도와 공동으로 준비를 하지 않아 도민의 참여와 성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또한 이 행사가 남한 조직위원회의 정치적 기대와 북한 조직위원회의 실리적 기대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개런티 문제로 폭발되어 남북 민간교류의 순수한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이 축전의 정례화도 어렵게 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 교류협력을 평가하면 그동안 남북 교류협력이 지난 20년 간 크게 양적으로 팽창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북 간 냉전과 대결 상황이라는 현실을 못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아직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감귤은 제주도 대북 교류사업의 상징이고,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통일 노력의 상징이다.

지금은 중단된 상태이지만 감귤보내기 중심의 제주도의 대북지원은 북한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시키고 인적 교류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감귤지원 사업을 통해 민(民)과 관(官)이 연계되어 역할 분담을 하는 추진 방식 또한 공감대와 추진력을 확보함으로써 대북사업에 대한 합의기반을 공고히 한 제주는 남북교류와 통일을 위해 과감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나은 편이다. 1차 제주도민 대표단 방북은 남북분단사상 최초의 대규모 인적 교류로 그 이후 남북한 민간교류, 협력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비록 통제속에 이루어진 방북이지만 제주도민 대표단에게는 경제난 등 북한 사회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제주도민 대표단의 옷차림과 몸치장을 비롯 체류기간의 언행은 바라보는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의 풍요를 언뜻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감귤 북한보내기 사업은 원래 취약계층에 지원한다는 것에 대한 분배의 투명성과 확인문제가 북한 당국의 비협조로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차에서 4차 방북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민 대표단은 방북 시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당국과의 향후 협력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제주평화포럼을 비롯 세계한상대회, UCLG(세계지방자치연합) 제주총회 등에 참가를 권유했으나, 참가하지 않아 제주와 북한사이의 오고가는 인적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 전망과 방향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로 ‘5.24조치’가 취해지면서 모든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되었다. 12년 동안 지속되어온 ‘제주 감귤보내기 사업’ 역시 중단사태를 맞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을 전망하고 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여기서는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지원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내외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수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내 전문가 5인과 도외 전문가 6인 등 총 11인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제주도내에서는 고성준 제주대학교 교수, 장원석 제주대학교 교수, 진행남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강인숙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 사무총장, 고경민 제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그리고 도외에서는 김영수 서강대학교 교수, 홍재형 전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고경빈 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2014년 11월 한달 기간에 제주와 서울에서 다음과 같은 5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면접 및 서면조사를 수행했다. ① 2000년대 초반부터 이루어진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②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남북교류협력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 3년차가 되는 내년 이후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③ 그동안 여러 지자체들이 남북교류협력 사업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어떤 의미가 있고, 향후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입니까? ④ 제주특별자치도는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바 있습니다. 향후 다시 제주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나선다면 어떤 사업들이 가능하겠습니까? ⑤ 이번 브레인스토밍의 취지에 부합하는 기타 제언을 해주세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을 전망하며 우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평가한다면 시행착오 속에서 새로운 선례와 관행을 낳은 새로운 창조적 작업으로 남측은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입장이었는데 비해, 북한은 시간이 갈수록 물적 교류에 비중을 높이려는 입장이다. 남한 내에서의 대북 교류협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부상하기 시작, ‘퍼주기’ 논란과 함께 ‘남남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북한 사회를 변화(폐쇄성 약화)시키는 효과와 남한 사회도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경계심이 완화되고 있다. 꾸준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도 뿌리 내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적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하고 2000년 정상회담 이후 수많은 국민들이 남북교류협력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대관계의 현실과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남북교류협력의 확대 경험은 한반도에 ‘사실상의 통일 상태’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전망하면 대부분의 전문가가 긍정적 전망의 시각을 피력했다. 분단 70주년인 2015년에는 남북에서 통일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나 중대 선언 발표가 기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가 분단 70주년을 맞아 ‘통일헌장’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집권 3년차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를 가시화할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2013년 독일 방문 시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행한 대북 제안은 내용 그 자체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다를 바 없을 만큼 적극적인 제안이다. 북한은 외교적·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2014년의 ‘중대조치’나 ‘황병서의 방한’ 사례에서 보듯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외형적으로는 적극성을 보이겠지만, 내용상 제약이나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주도하여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 할 것이다.

경계해야 할 부정적 전망의 시각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2015년은, 남한에게는 ‘광복 70주년’이지만 북한에게는 ‘조선로동당 창당 70주년’이다. 2015년 2월말 한미 군사훈련으로 대미 및 대남 적개심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2015년을 ‘통일대전’을 시작하는 해로 삼고 3년 내 무력통일을 공언하는 김정은으로 인해 내년도 남북관계는 힘들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의 섣부른 이벤트를 지양할 것으로 보이며 인도적 지원,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북지원 방안 등은 별개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2015년 남북관계의 의미 있는 전환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활발한 전개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진단되고 있다.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의의를 살펴보면 우선 비정치성을 들 수 있다.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중앙정부의 그것에 비해 유리한 점은, 남북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자아내는 정치 및 외교안보 의제를 비껴 갈 수 있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의제에 대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 사이의 경직성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의 대북 경험을 축적시키는데도 나름의 역할과 기여를 해 왔다. 정치적 요인으로 남북한 관계가 경직될 때에도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연속성과 관성을 보이기도 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중앙정부와 민간의 틈새(niche)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양자의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추진하면 양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지만, 잘 못 추진하면 양자의 단점만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나 어려움이 있고 민간이 추진하기에는 재원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지자체가 남북교류에 참여하면서, 교류의 규모, 방식 등이 다양화되고 있다. 지자체의 남북교류 전문성 부족은 경험 있는 시민사회(시민단체)와의 연계를 낳아, 남북교류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16개 광역지자체와 수십개 기초 지자체까지 남북교류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고, 일부 지자체는 교류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소수이나 남북교류 전담 부서를 두는 등 제도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남북교류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으나, 지속적 제도 개선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지자체의 남북교류 역량이 증대할 가능성이 증가되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남북교류 및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 등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방향을 살펴보면 리더십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의 특성으로 인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도 중앙정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협조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를 갖추고 강한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이 요청되고 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은 민간 교류협력에 비해 지역주민과 지방의회의 지지만 확보하면 장기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적&#8228;물적 자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 중앙정치에서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관한 문제가 남남갈등으로 발목이 종종 잡히지만, 지방에서는 이러한 정치적&#8228;이념적 차원의 남남갈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무엇보다도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지의 확보가 중요하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향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서독이 동독을 돕고 지원할 때에 내세웠던 다음의 기준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북한이 교류협력과 지원을 공식으로 요청하면 응한다. 둘째, 반드시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청한다. 셋째, 우리 지자체가 지원하고 교류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지도층과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한다.

지자체별로 자신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교류 아이템과 교류 방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과 농업협력 등 특정 사업에 집중되는 현상이나, 평양과 그 인근 지역에 사업이 편중되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지자체의 특성과 능력에 맞는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을 추진한다. 남북교류협력에서 지자체의 분명한 역할과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현재 남북교류협력법상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이 없거나 불명확하다. 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일정부분 이양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남북교류사업자 지정을 지자체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렇게 되면 민간단체와 경쟁하는 관계가 되어 민간단체의 불만을 살수가 있다. 아무리 지자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실제로 사업을 실행할 수는 없다. 결국 지자체내의 기업이나 민간단체가 실행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가 사업을 실제로 수행하겠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법적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 남북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앙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중앙-지방의 연계를 통해 지자체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제안을 살펴 보면 제주의 비교우위와 북한의 니즈(needs)를 적절하게 결합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제주의 비교우위는 귤, 감자, 당근 등의 농산물과 수산물 양식, 양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니즈는 주민들의 식생활 개선이며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을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따라서 감귤보내기 사업 외에도 북한의 감자, 당근 등의 종자개량 등 생산 지원, 북한의 수산 양식 지원, 북한의 양돈 지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주 브랜드’를 북한 사회에 심어주던 ‘감귤 지원 사업’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감귤보내기 사업은 대북관련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 고양에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재개됨이 바람직하다. 다만, 감귤지원의 방식과 체계는 새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혹은 고위급회담 등의 제주도 유치도 중요하다. 평화의 섬 제주의 위상에 걸맞도록 남북교류와 관련된 주요 협의, 국제회의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주도에 유치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6자회담 등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국제회의 등도 제주도에서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통일과 관련된 지역의 상징성을 부각할 수 있는 사업도 필요하다. 국토의 북단과 남단에 살고 있는 주민간 교류와 결연, 연대를 위한 사업을 구상하되, 우선 정치 사회적(남남갈등) 저항이 적은 테마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한 교차관광’을 고려할 수 있다. 명실상부한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잡은 제주도의 우수한 관광자원과 축적된 관광개발 노하우를 북한지역의 관광개발에 접목시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 활용한다. 북한은 최근 들어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관광개발과 외국인 관광개방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주 관광의 북한으로의 확장은 세계평화의 섬 이미지 고양에도 기여할 것이다.

생태·환경 분야의 사업을 보면 세계적인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와 브랜드를 내세워 북한측의 호응을 적극 유도하며 제주의 세계환경수도 유치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지 작업으로서 환경관련 국제회의 제주개최시 북한대표단 참가를 중앙정부(환경부)와 함께 적극 노력하며, 동시에 한라-백두 학술탐사 사업에 대한 유인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후변화문제 등 제주도의 국제 환경프로젝트와의 연계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 한라산은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증되는 등 생태환경적 보고로서 국제적 수준의 보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서, 그 노하우를 백두산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전수해 주는 것은 통일 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백두산은 최근 들어 화산 폭발설 등으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어 북한으로서도 백두산의 온전한 보전은 당면과제이다. 평화통일의 공인된 슬로건인 ‘한라에서 백두까지’ 의 환경생태 보전은 ‘세계평화의 섬’ 구현이라는 대의명분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DMZ세계생태평화공원 등 주요 국책 사업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이 계획 추진을 위해서는 생태 및 환경에 대한 북한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인바, 생태 및 환경 자원을 잘 보호하여 상품화할 수 있는 모델로서 제주도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즉 생태자원을 잘 보존하여 상품화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모델로서 제주도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생태, 환경, 문화 자원을 잘 보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하여, 동 계획 추진시 남북협의, 북한 시찰단 방문 등을 추진한다.

인적 교류 측면에서는 우리가 북한으로 진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북한 인력을 제주에 유치하여 IT, 금융, 관광, 농업, 축산 등의 다양한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인적 교류 방안을 독창적으로 제안하여 실행한다. 다양한 스포츠, 문화 교류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이 제주를 방문하는 사업을 기획한다. 제주도의 대북협력사업은 인도적 지원사업인 ‘감귤보내기’와 개발협력사업인 ‘흑돼지 사육’ 등으로 그동안 많은 성과를 올린 바 있지만, 본격적인 경제협력사업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마늘 임가공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상태이다. 물산업 등 제주도가 비교우위를 지닌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북한과의 경협을 중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 제주와 북한이 상호 이득을 볼 수 있는 소규모 임가공사업 등이 경협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경협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주민의 식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농&#8228;수&#8228;축산 분야의 일정영역과 ‘물공동’ 개발을 통한 제3국 공동진출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축산 분야에서의 양돈사업 공동개발, 수산 분야에서의 양식 기술 지원 및 외해 가두리 양식산업, 물 분야에서의 공동개발 및 수출 등의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북 지원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감귤보내기 등 대북사업을 선제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그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략적으로 성급함을 드러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작금의 남북관계를 볼 때 남북교류협력이 지자체 영역까지 확산되기에는 요원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남북 고위급 접촉 등 중앙 차원의 대북 접점이 모색되고, 적어도 드레스덴 구상과 8&#8231;15 구상 중 1단계 대북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상황이 도래하는 시점에 가서야 지자체 사업이 기지개를 펼 수 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특히, 향후 감귤지원사업 추진 재개시 2000년대 초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왜 감귤인가, 왜 제주도인가’ 등 우리 내부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반면에, 북한에서도 과연 우호적 입장을 보일 것인가, 북한이 과거와 같은 태도로 받아들일 것인가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우리만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일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역할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은 2010년 중단 이후 5년 여 동안 침묵해 온 상황이다. 그동안 도내 각계에서 남북교류협력, 특히 ‘감귤보내기’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거시적인 대북정책과 제주도내의 제반 여건이 여의치 않았던 관계로 중단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취임 초부터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재개를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부 장관의 분배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전향적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덧붙여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민족의 화해협력과 평화실현을 통해,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루어 나간다는 역사적 목표 의식을 가진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과 함께 사업 재개의 현실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대체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업 중단 5년 후 다소 무망한 것처럼 보였던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전망과 방향을 잡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럼에도 향후 남북교류협력의 발전 내지 통일을 향한 제주도의 노력은 지속될 필요가 있으며, 그 역사적·지역적 특성상 두 방향에서 가능하다. 우선은 지방자치단체의 하나로서 한라에서 백두를 잇고자 하는 방향(즉 2003 남북민족평화축전의 예와 같은) 축선의 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번영 허브가 되고 그 동심원 속으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아우르는 것이다. 이제 제주는 국토의 막내가 아니라 통일의 중심이고 선봉이 될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여건을 이용하여 제주도가 도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향후 대북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그간 지속한 사업을 통해 형성된 제주도와 북한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선 향후 비용과 효과 또는 실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북한 주민의 인도적 요구에 부합하는 사업이 추진 될 필요가 있다. 제주도민에게도 도움을 주면서 비용효과도 우수한 사업들을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 제주는 지역규모는 크지 않지만 통일을 지향하는 정서가 강한 ‘평화의 섬’ 이미지에 맞는 교류의 컨셉트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내용을 채워간다면 제주는 분명 남북지역 간 교류·협력의 교두보 내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경협 분야에서도 성공모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기는 하나, 문화와 예술, 학술교류, 체육과 관광 등의 분야에서 얼마든지 서로 도움이 되는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한라-백두 환경보존을 위한 공동학술탐사 사업, 한라-백두 연결의 산테마관광벨트 구축, 농축산 기술연수, 관광, 해양환경 관련 북한주민 초청연수, 제주와 북한 지역 사이의 자매결연, 북한체육 선수단의 훈련장 제공 등의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다각적 교류협력 사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가가치들은 쌓여서 통일의 밑천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민 사회의 여론을 적극 반영하는 가운데 운동 주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남북교류협력 부활의 날개 짓을 준비해야 한다. /고성준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정치학박사, (사)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 수석부이사장)

*이 칼럼은 지난 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제주도 등이 제주한라대 강당에서 연 ‘민족화해 제주포럼’에서 고성준 제주대 교수가 주제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협력 평가와 발전방향’을 칼럼식으로 바꿔 소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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