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3(수) 18:10외국자본의 한국탈출러시가 지난해 외환위기의 가장 큰 요인중 하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투자가들이 투자금을 회수해 달러로 바꾸어 너도 나도 떠나는 바람에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이같은 한국탈출행렬에 편승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 경제를 망치는 일을 우리 내부에서 앞장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다룬 국제통화기금(IMF)연례보고서는 이와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지난해 아시아 환란국에서 약 200억달러의 불법적인 해외자본도피가 일어났으며 그중에서 한국이 87억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와중에 해외로 외화를 빼돌린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망국적인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경제위기에 몰린 국가들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것이 외화도피와 해외재산유출이다. 멕시코의 경우 지도층의 해외재산은닉액이 총외채 규모를 웃돈다는 말도 있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부 기업과 부유층이 엄청난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었다. 실제 검찰 수사결과 일부 기업인들의 해외재산도피 혐의가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에 IMF보고서에서 밝혀진 외화유출규모는 지난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불법 외화도피 추정액과 비슷하다. 당시 KDI의 추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환위기에 따른 수출입결제시스템의 혼란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계상의 불일치라며 외화도피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IMF보고서는 이같은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달러를 바깥으로 새나가게하는 구멍을 막는 철저한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외화도피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올들어 외환사범은 작년의 8배나 급증했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강화, 부실경영주에 대한 문책과 재산상의 불이익조치 등으로 외화도피 수법은 더욱 지능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외환거래자유화 조치는 달러유출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외국인투자유치 여건을 활성화하기 위한 외환거래자유화는 불가피하지만 해외자본도피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마련돼야할 것이다.
단기성 국제투기자금(핫머니)에 대한 대응책마련도 중요하다. 핫머니는 국내에서 남긴 차익을 곧바로 회수해 나가므로 달러유출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외환 및 주식시장에 단기간내 엄청난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핫머니의 공격을 적절히 막지못하면 외환위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외환당국이 최근 거액의 외환거래에 대한 일일점검을 하고있는 것은 외환위기 조기경보체체 구축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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