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yBa' 작품 직접 만난다

붓은 주사기… 캔버스는 알루미늄판… 물감은 페인트…<br>대표 작가 대븐포트 학고재서 21일까지 개인전



그림을 꼭 붓으로 그려야만 하나. 반드시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려야만 하는 건가. 고전적인 예술이 너무도 당연히 여기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뒤집으면서 현대미술은 더욱 풍성한 시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988년 영국의 젊은 작가들(young British artistsㆍyBa)의 주도로 열린 '프리즈(Freeze)'전. 생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가 중심에 있었고 이후 영국이 세계 현대 미술의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된다. 참가 작가들을 지칭하는 yBa는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용어가 됐다. yBa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이언 대븐포트(Ian Davenportㆍ42)가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유럽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그가 아시아 개인전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 그는 1991년 영국 런던 테티트 모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현대미술상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터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당시 나이가 25세로 최연소 '터너상' 후보였다. 인체 모형이나 동물 사체 등을 이용하는 설치 미술가 허스트와 달리 그는 평면회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붓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컨데 주사기로 물감을 흘리거나 못으로 찍어 바르고, 아예 통째 부어버리는 식이다. 캔버스보다 알루미늄판이나 합성수지를 이용하고 심지어 물감이 아닌 가정용 페인트를 즐겨 쓴다. 미술과 무관한 생활 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그의 아이디어가 삶을 기반으로 한 것과 관련있다. 어린 시절 주사기를 이용해 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이던 기억, 미국 만화 '심슨가족'에서 자주 본 색상들이 화폭으로 옮겨갔다. 둥근 형태의 '서클시리즈'는 밀가루 반죽을 프라이팬에 부어 뒤집는 팬케이크 굽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다. 대븐포트는 "나는 가장 단순한 도구들이 가장 복잡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매료됐다"고 말한다. 손쉽게 구하는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결과물 마저 쉽게 본다면 오산이다. 쏟아 부은 페인트가 형태를 만들게 하기 위해 작가는 정확한 속도와 정교한 힘으로 작업한다. 중력에 의해 흘러내린 그의 선들은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필선을 중시하는 동양의 서예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함의 미학으로 무한한 사유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작품 활동을 요약하는 17점의 대표작이 오는 21일까지 전시되며 작품가는 100호가 6,000~8,000만원 선이다. (02)72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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