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연초 500포인트를 가까스로 넘긴 상태에서 시작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5월 28일 585.76포인트로 장을 마쳐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8년 6월 30일(590.19) 이후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566억원을 팔아 치웠던 기관들은 지난 6개월 동안 6,052억원을 사들였다. 작년 순매수 규모가 602억원에 불과했던 외국인들도 올 상반기에는 9,662억원을 사들여 순매수 규모를 16배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 동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닥지수가 마침내 600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 5월 2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최초 언급, 지난 6월 20일 FRB의 구체적인 출구전략 로드맵 제시와 중국 경기 부진 등 주요 2개국(G2) 발(發) 2차례 충격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6월 25일 연중 최저치인 480.9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2 충격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지수가 500선은 지킬 것으로 내다봤는데, 대외 악재와 더불어 상반기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했던 핵심동력인 박근혜 정부의 정책 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생각보다 주가 하락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충격에 한 달 전 올해 코스닥지수 목표치 상단을 600 이상으로 잡았던 증권사 연구원들은 잇따라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7~8월 동안에는 주가 조정 기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정훈 삼성증권 스몰캡팀 팀장은 "장이 나빠지는 초기에는 무차별적인 조정 기간을 거친다"면서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이 공시되는 8월 이후에 업종별, 종목별로 괜찮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스몰캡팀 팀장은 "현재는 매수 심리가 바닥이고, 매도 절정기(selling climax) 국면"이라며 "3ㆍ4분기에 2~3번은 더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서 가격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된 이후에는 실적에 바탕을 두고, 벨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은 종목을 선별하라고 조언했다. 유동성 장세를 보였던 상반기에는 '스토리'하나만 가지고도 주가 상승이 가능했으나,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실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상반기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면서 "지금은 삼성전자로 인해 모바일 주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현재는 주도주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며, 실적 발표 후에 주도주와 낙폭과대주를 구분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도 "하반기에는 적당한 투자종목을 고르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며"4ㆍ4분기부터 코스닥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시기는 통상적으로 운수장비, 자동차부품주와 방송 서비스 관련주들의 이익이 좋기 때문에 이들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닥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는 중국 경기와 유동성 문제가 꼽혔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실적과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원은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서 잘나가던 종목들을 보면 중국의 성장에 기댄 종목들이 꽤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중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코스닥 보다 유가증권시장이 중국 경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유동성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소형주 흐름 보면 코스닥 미래 보여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투자가들은 미국 중소형주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업종 및 종목 선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반기에는 코스닥 지수와 미국 중소형주의 주가 연동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 전망에서“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괜찮은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면서 “미국 경기와의 상관성을 보면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이 더 상관계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은 역으로 생각하면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이는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라면서 “특히 지수 연동성을 고려하면 코스닥의 상승세가 코스피를 웃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와 미국 중소형주의 지수 증감률 상관계수는 0.31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급상승해 0.81에 달한다. 이는 미국 중소형주의 움직임을 통해 한국 중소형주들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 상반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이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나타내고, 코스닥 지수도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같은 방향성을 보였다. 최 연구원은 “지난 3월말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대비 할인율은 나스닥이 19.3%, 코스닥이 35.9%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코스닥이 나스닥과 연동해 평균 PER 대비 할인율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하반기 주목할 미국 중소형주 업종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정보통신(IT), 제약, 유통, 인터넷 관련주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