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교 소식통은 11일 “지 대사가 지난 10일 주중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을 방문, 대사관에 차려진 추모식장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마공 대통령을 추모했다”고 말했다.
지 대사는 지난 9일 오후에는 주중 쿠바대사관이 주최한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 대사는 장성택 숙청이 공식발표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11일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장 주최로 열리는 주중 외교사절 만찬 행사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은 8일 평양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장성택의 숙청을 공식 결정했다. 북한은 다음 날인 9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장성택 숙청의 와중에 지 대사가 공식 외교 활동에 나선 것은 그가 대사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와 달리 북한은 장성택 숙청 전 해외 외교라인에 있는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은 대거 소환 조치했다.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가족과 장성택의 누나이자 전영진 쿠바대사의 부인인 장계순 일가족이 숙청 공식화 직전인 5일 일찌감치 북한에 들어갔다. 전영진 쿠바대사는 이에 앞서 본국에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 대사는 장성택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북한에 가장 중요한 대중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거취가 주목되는 인물이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러시아어과 졸업 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에 들어가 34세 때인 1976년 위원장에 올랐다. 당시 청년층에 김정일 지지 기반을 다지는 일을 주도하면서 노동당 청년사업부 과장이던 장성택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라인을 타고 북한 외교의 간판 주자로 승승장구한 지 대사는 2004년 장성택이 ‘분파 행위자’로 몰려 숙청될 때 함께 지방으로 쫓겨났다가 2006년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복직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지금까지는 그가 장성택과 운명을 함께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 대사가 만일 장성택과의 특수한 인연에도 불구,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이는 대중 외교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는 김정은 후계 체계가 공식화된 직후인 2010년 10월 주중대사로 부임했다. 민감한 정권 세습기에 대중 외교를 통해 김정은 체제 안착에 적지 않은 이바지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가장 중요한 대중 외교를 담당하는 주중대사의 임기를 통상 10년 이상으로 해 왔다.
게다가 중국에는 베이징, 선양, 단둥 등지에 많은 외교관과 수백 명에 달하는 무역 관계자들이 나와 있어 지 대사까지 숙청되면 이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이나 제3국으로의 망명을 잇따라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 대사의 교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은 장성택과 가까웠던 박봉주 내각 총리를 잔류시키는 등 장성택 측근 중 일부는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쓰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일단 지 대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지 대사의 거취가 어찌 될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