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비자금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인수 과정에서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의 로비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재동 사옥인수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사옥은 그룹의 계열분리 이후인 2000년 11월 농협으로부터 매입한 지상 21층짜리 건물이다.
농협은 당초 본사 사옥과 농산물유통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이 건물을 1996년 1월 착공, 1999년 12월 완공했으나 재무구조 개선 등의 차원에서 매각키로 하고 1999년 12월 입찰공고를 냈다.
이후 이 건물은 2000년 1월 첫 공매에 부쳐졌지만 6차례나 유찰이 거듭되다 결국 현대.기아차에 매각됐다.
현대.기아차는 그룹의 계열 분리 이후 계동사옥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당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청진동 부지에 신축하는 방안이나 파이낸스빌딩 등을 임대하는 방안, 기존 건물을 매입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하다 농협의 양재동 사옥 매입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재록씨 로비 의혹은 농협이 처음에 제시했던 최저공매 가격보다 현대차그룹이 실제 인수한 가격이 700억원이나 낮은데다 인수대금 상환조건도 좋았다는 점이다.
농협이 이 건물에 대해 처음 공매공고를 낼 당시 최저 공매가격은 3천억원이었다.
그러나 현대차에 매매된 금액은 할부이자를 포함해 2천300억원으로 낮아졌으며,이 대금도 50% 일시납, 잔금 50%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 과정에서 김재록씨가 현대차의 사옥 인수를 도와주는 대가로 로비자금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즉 현대차가 김재록씨에게 의뢰를 했거나, 또는 김재록씨가 먼저 현대차에 제의를 해 정.관계나 금융권의 고위층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여 사옥 인수나 매입 가격을낮추는 데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 현대.기아차가 김재록씨에게 돈을 제공했더라도 사옥 마련 방안을 포함한 회사 차원의 컨설팅을 대가로 지불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양재동 사옥 매입 당시 국내 주요 그룹들이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기존 보유 건물도 매각하는 등의 분위기여서 사옥 공매가 여러차례 유찰됐으며 이 과정에서 매매가격이 낮아졌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점등을 감안하면 로비의 필요성이 있었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