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학-기업 소통 강화…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윈윈해야"

[창간 기획]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br>특별인터뷰 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br>붕어빵 찍어내듯 교육으론 인적 경쟁력 저하 불보듯<br>수요자 중심 커리큘럼 제공 실용적 인재 키워내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서강대학교 총장 및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경제계 교육계 양쪽을 두루 경험한 손병두(69ㆍ사진)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맞아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이사장은 "붕어빵 찍어내듯 대량생산하던 과거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이들을 사회의 수요에 맞게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라는 공간을 '학문의 전당' 혹은 '취업 사관학교'라는 '오직 하나의 규정' 속에 가둬서는 안 된다. 다양한 요구에 걸맞게 트랙을 나눠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학 인재의 다양한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이 제도가 도입 초기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시간이 흐르고 노하우가 쌓이면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좋은 장치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 40여년 간 삼성그룹을 비롯한 기업 및 경제단체는 물론, 대학 및 교육관련 기관에서 두루 경험을 쌓으면서 양 측의 입장을 누구보다 절실히 체험해 온 인물이다. 그는 두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답게 "대학과 기업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교와 기업 간의 실질적인 산학협동으로 '맞춤형 인재 주문 계획'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전쟁 폐허에서 일어나 선진국 문턱에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엄청난 교육열을 꼽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사장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물론 오늘날의 발전을 일구어 낸 원동력은 교육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분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산업화 시대의 교육열이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세계 수준에 뒤처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할 교육 현장이 붕어빵 찍어내듯 하던 산업화 시대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교사와 학생에 대한 평가(교원평가 및 학력평가)를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경쟁과 자율, 평가가 없는 곳에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 청년실업자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럼에도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이 같은 현상이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대학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해결은 기업과 학교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학교 스스로의 역할 인식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졸업생들을 보면 80% 이상은 취업전선으로 나가고, 20% 정도가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학문 연구를 이어가게 됩니다. 학문공동체 본연의 기능 외에도 기업이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커리큘럼도 수요자 중심으로 짜서 그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단 하나의 목적과 의미로 대학을 규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노력이 부족하면 '기업에서는 불량제품이 나오면 리콜하는데, 대학은 왜 인재에 대한 리콜이 없느냐'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좀 더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대학 재정 투자 탓에 학교의 실험도구나 교육 환경이 최첨단을 따라갈 수 없고, 여기에 각종 규제 등이 더해져 대학교육의 낙후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정비도 시급합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퇴출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돼 있지 않아 대학교육 문제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육 수준이 글로벌 기업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기업과 대학의 '소통을 통한 윈윈'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대학이 알아야 하고, 기업은 대학이 그런 인재를 만들 수 있게 주문해야 합니다. 이른바 '맞춤형 인재 주문ㆍ양성'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서강대 총장 시절, 삼성전자와 '반도체 트랙'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학교와 기업이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 함께 만들고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 양쪽에서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해당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을 그대로 기업에 취업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지식을 가진 인재를 '키워서 선발'할 수 있고, 학교 입장에서는 취업은 물론 교육에 필요한 기기ㆍ설비를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인턴사원을 평가한 뒤 정직원으로 선발하는 채용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것 역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이라고 봅니다. -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녹색산업, IT융합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산업계의 지적이 많습니다. 새로운 성장산업의 동력이 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 상황에서 우선은 해외 인력을 스카우트 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요. 한 편으론 외국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 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대우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 대해서도 집중 투자해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전략적으로 다양한 제휴와 협력을 통해 물꼬를 트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 발굴에 힘써야 합니다. -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욕구가 강하지만 국가나 기업의 재교육, 평생학습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국가나 기업, 개인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부 교육은 어디까지나 4년 동안 학생 잘 가르쳐서 사회에 필요한 인재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의 교육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죠. 특히 최근의 고령화 추세 속에 일할 의욕과 열정이 있는 나이에 퇴직한 사람들이 양산되는 시기에는 '대학 이후의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이 기존에 '사회 루키(rookie)'들을 위한 교육에만 집중했었다면, 이제 은퇴자들에 대한 재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정립해야 하고, 이것이 대학의 소명으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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