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남의 땅, 우리 기름] (4) 불타는 카스피해

제2의 중동 '카스피해 오일벨트' 구축 성공<br>석유공사·SK·LG상사·세림제지등<br>유전개발에 혈안 中·석유메이저들과 경쟁<br>잠빌·이남등 8개유전서 원유 17억배럴 확보


[남의 땅, 우리 기름] (4) 불타는 카스피해 제2의 중동 '카스피해 오일벨트' 구축 성공석유공사·SK·LG상사·세림제지등유전개발에 혈안 中·석유메이저들과 경쟁잠빌·이남등 8개유전서 원유 17억배럴 확보 에끼즈카라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중국 서쪽 국경과 인접한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에서 북서쪽으로 1,700Km 떨어진 악토베는 러시아 국경을 바라보고 있다. 인구 20만, 겨울엔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얼음 도시 악토베는 주변 유전의 파이프들이 끌어올린 불꽃으로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카스피해와 그 주변 유전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유전 기술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악토베 공항은 한국의 지방도시 공항보다 작은 규모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슐럼버거, 엑슨모빌, CNPC, 아집(Agip), 쉐브론텍사코, BP, 루크 등 세계적인 석유개발회사들의 이름이 출렁거렸다. 현지인들이 마중할 출장자를 찾기 위해 인파 속에서 회사 이름표를 좀 더 높이들고 경쟁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국기업으로 한국석유공사와 LG상사, SK, 세림제지의 간판도 발견했다. 세계 최대 호수인 카스피해와 그 인근은 온통 기름으로 둘러쌓여 있다. 21세기 첫 자이언트(대규모 유전)로 카샤간 유전이 발견되면서 이곳의 자원전쟁은 격화되고 있다고 기자를 마중한 황문희 LG상사 부장은 전했다. 카샤간은 확인매장량만 100억배럴, 최대 추정매장량은 700억배럴로 우리나라가 90년은 족히 쓸 규모다. 카스피해의 자원전쟁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나라는 단연 중국. 전영규 석유공사 소장은 “중국인은 유전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며 “유망하다 싶으면 뭉치돈을 꺼리낌없이 쏜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기업인 씨틱은 최근 3억5,000만배럴 규모의 유전을 19억달러에 매입했고, 중국 최대 국영석유사 CNPC는 42억달러에 석유회사 페트로카자흐를 통째로 인수했다. 김수영 LG상사 부장은 “중국이 최근 유전을 휩쓸면서 카자흐스탄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지 진출한 한국석유맨들의 전언이다. 한국기업들은 이미 악토베 남서쪽에 위치한 카스피해에 2개의 유망유전을 확보했다. 카자흐스탄의 잠빌광구와 아제르바이잔의 이남광구다. 곽정일 석유공사 카스피해 사무소장은 “잠빌광구 확보는 한국 자원외교의 쾌거” 라며 “잠빌을 따기 위해 러시아와 메이저 석유사들의 경쟁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잠빌은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한국이 품에 안았다. 추정매장량은 10억배럴로 알려져 있지만 “카자흐측에 줄 돈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석유공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남광구 역시 BP와 로열더치셀 등 석유메이저의 틈바구니에서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카스피해 북동쪽에 6개의 육상광구도 있다. LG상사와 석유공사가 아다와 에끼즈카라 광구를, 세림제지가 사크라마바스와 웨스트보조바를, SK와 LG상사가 8광구, 석유공사 등이 카르포브스키 광구를 인수해 카스피해 오일벨트가 완성됐다. 곽 소장은 “지분을 고려해도 카스피해 주변 8개 유전에서 한국이 확보한 원유가 17억배럴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유국 눈치를 보며 중국, 인도와 메이저의 견제를 뿌리치고 얻은 보물 같은 유전의 ‘추정매장량’을 ‘확인매장량’으로 바꾸는 과정도 험난하다. 최근 사크라마바스에서 기름층 발견에 성공한 세림제지는 지하 4,900m까지 파고들어갔다. 최원유 세림제지 이사는 “고유가로 유전개발이 확대되면서 시추장비 조달이 쉽지 않아 예상보다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유전필드가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고, 따라서 길도 없는 오지에 위치해 현장까지 도달하는 데만도 사투가 필요하다. 스키장보다 미끄러운 진흙길에선 차가 도로 한쪽에 처박히기 일쑤고, 예상치 않은 웅덩이를 피하지 못하면 차는 뒤집어진다. 기자와 동행한 신기수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길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 두려움은 직접 느껴보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것” 이라며 “자원독립을 위해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친구처럼 지고 사는 오일맨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1/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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