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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강림

토트넘 신예 해리 케인 시즌 23골로 허리케인급 활약…

잉글랜드 메이저 잔혹사 끊을 구원자로 급부상

리버풀 원정전 리그 13호 기록… 소속팀 졌지만 경기 MVP 뽑혀

16세 입단 후 네 팀 임대 거치며 다양한 리그 경험 도움 급성장

3월 유로2016 예선 발탁 유력



잉글랜드는 20년 가까이 메이저 축구 대회 4강 경험이 없다. 축구 종주이자 세계 최고의 자국 리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유로)에만 나가면 힘을 못 쓴다. 가장 최근 메이저 대회인 유로2012 8강에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졌고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국내 일부 축구팬들은 잉글랜드를 아예 '뻥글랜드'로 부른다. 롱볼 위주의 '뻥축구'를 비꼰 것인데 매번 우승이 목표라고 말해놓고 조기 탈락을 거듭하는 데서 '뻥'의 의미가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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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 이후 20년 만에 그에 버금가는 수모를 지난해 브라질에서 당했다. 그럼에도 로이 호지슨 대표팀 감독은 유임됐고 한 달 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EPL)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EPL은 늘 그렇듯 올 시즌도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팬들은 그가 잉글랜드의 메이저 잔혹사를 끊을 진짜 구원자라고 믿고 싶어한다. 토트넘 홋스퍼의 신예 공격수 해리 케인(22). 그는 잉글랜드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소속팀 져도 케인은 MVP=토트넘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에 2대3으로 졌다. 마리오 발로텔리(리버풀)가 교체 투입 9분 만인 후반 38분 결승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영국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진 팀의 케인을 경기 MVP로 뽑았다. 이 경기에서 케인은 1골 1도움을 올렸다. 0대1이던 전반 26분 수비수가 미끄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마무리했고 후반 16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무사 뎀벨레의 동점 골을 어시스트했다. 최근 10경기 11골. 그 중 5골이 최근 3경기에서 나왔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유로파리그 등을 포함한 시즌 기록은 23골 4도움(35경기). 같은 나이였을 당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케인처럼 득점 페이스가 빠르지는 않았다. 리그 득점순위에서도 케인은 득점왕을 노릴 위치다. 13골 공동 3위로 선두 디에고 코스타(17골·첼시)와 4골 차다.

케인은 떠돌이 공격수였다. 16세이던 2009년 토트넘에 입단했지만 너무 어렸다. 데뷔 첫 시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다음 시즌부터 2·3부리그 팀으로 임대되고 또 임대됐다. 세 시즌 동안 네 팀을 돌아다녀야 했다. 고단한 시절이었지만 토트넘에서 벤치만 데우는 것보다는 100배 나았다. 다양한 리그에서의 경험을 통해 케인은 강해졌다. EPL보다 거친 챔피언십(2부리그) 밀월에서 7골 1도움(22경기)을 올렸던 2011-2012시즌이 결정적이었다. 감각만 뛰어난 유망주였던 케인은 몸싸움도 즐길 줄 아는 공격수로 거듭났다. 2012-2013시즌에는 부상 탓에 주춤했지만 토트넘으로 돌아온 2013-2014시즌 10경기 3골로 안착한 뒤 올 시즌 EPL에 허리케인을 몰고왔다. 경기를 치를수록 허리케인의 반경은 넓어지고 있다. 케인은 활동 영역이 넓고 공을 지키는 능력이 뛰어나며 양발을 잘 써 무엇보다 골 결정력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플리트 토트넘 전 감독대행은 "케인은 타고난 축구 센스에도 겸손의 미덕을 아는 선수"라고 평했다. 토트넘은 이달 초 케인에게 5년 연장 계약 선물을 안겼다.

◇대표팀에도 허리케인 불까=7일 북런던 더비. 케인에게 2골을 내줘 1대2로 진 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케인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그에게 다른 나라 여권을 내밀 수도 있다." 실제로 케인은 아버지가 아일랜드 사람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면 아일랜드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음달 말 있을 리투아니아와의 유로2016 예선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을 위한 소집 때 케인의 발탁은 확실시된다. 관중석의 호지슨 감독이 지켜본 아스널전에서 케인은 2골을 폭발했다. 앞서 웨스트브롬전 2골, 첼시전 2골 등으로 케인은 뽑히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누적해왔다. 17세 이하부터 21세 이하까지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케인은 A대표팀 승선 경험은 없다.

문제는 잉글랜드에 공격수는 이미 풍년이라는 사실이다. 대니 웰벡(아스널)이 4경기 5골, 루니가 4경기 3골을 넣으며 잉글랜드를 유로2016 예선 E조 1위(11골 1실점)로 이끌고 있다. 사이두 베라히뇨(웨스트브롬), 리키 램버트(리버풀)도 있다. 찰리 오스틴(퀸스파크), 대니 잉스(번리)는 케인처럼 발탁이 이상하지 않을 재목들이다. 여기에 5개월 부상 공백 뒤 지난주 EPL 복귀전에서 골을 터뜨린 대니얼 스터리지(리버풀)도 대표팀에 돌아온다. 지금 분위기라면 케인과 스터리지가 정통 스트라이커를 뜻하는 등번호 9번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둘 중 한 명이 루니(10번)의 짝이 되는 것이다. 전 토트넘 미드필더 대니 머피는 "대표팀 합류를 넘어 케인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는 약점을 찾기 힘든 공격수"라고 말했다. 물론 결정은 호지슨 감독의 몫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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