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경제 저유가 역풍] 과도한 가격하락 '부실 뇌관' 되나

BP 등 실적악화에 주가 급락… 에너지기업 신용경색 등 우려

노르웨이 등 산유국도 타격… 통화 줄줄이 약세로 돌아서

일부 국가는 소요사태 가능성… 사우디 등 중동 증시도 하락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유보 결정 이후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저유가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업체와 산유국들이 입게 될 직접적인 타격은 물론이고 중소 에너지 기업 도산이 촉발하는 신용경색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또 일부 산유국들에서는 정국 소요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제유가가 28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0% 이상 떨어지며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서는 유가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과도한 가격변동에 글로벌 경제에 지울 부담으로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불안에 휩싸인 것은 에너지 기업 투자자들이다. 지난 28일 뉴욕 증시에서는 에너지 관련 대형주들이 줄줄이 폭락하며 이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했다. 이날 BP와 로열더치셸의 주가가 각각 5.5%와 7% 급락했으며 미국의 대형 셰일업체 컨티넨털리소스의 주가는 단숨에 20% 가까이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들 에너지 기업들이 대부분 배럴당 80~90달러의 국제유가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투자계획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자금운용에서 큰 폭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수년이 소요되는 대형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기업들은 유가급락으로 자금흐름이 악화되면서 향후 2~3년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기업은 경영기반이 탄탄한 편이지만 문제는 난립하는 중소업체들이다. 셰일혁명의 순풍을 타고 시장 차입에 의존해 사업을 벌여온 중소 에너지 업체들의 경우 유가급락으로 경영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 경제매체인 CNBC는 에너지 업체들이 발행한 고금리 채권이 미국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시장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의 연쇄 디폴트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한번의 신용위기를 몰고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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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C번스타인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셰일 업체들의 부도 리스크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시장에서는 기업파산 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일부 에너지 업체의 부도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이 에너지 업계에 대한 돈줄을 조이면서 기업들의 연쇄 파산과 신용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저유가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OPEC 회원국들은 물론이고 노르웨이를 비롯한 산유국 경제도 유가하락에 따른 타격에 노출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웰스파고와 시장조사업체 IHS 등을 인용, 러시아는 물론이고 이란·캐나다·노르웨이 등도 조만간 저유가의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멕시코 페소화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와 캐나다 통화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는 내년 재정지출을 6% 삭감할 계획이다. 베네수엘라도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유가폭락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가 세계 경제에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급격한 투자위축과 수요확대가 수년 뒤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쇼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아 유가하락에 대한 재정 타격이 큰 베네수엘라나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에서는 경제난으로 소요사태가 발생, 원유생산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덧붙였다.

IHS의 글로벌 원유시장 담당 제이미 웹스터는 "우리는 지금 매우 골치 아픈 여건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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