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방선거 손익계산 분주
'김재록 파문' 전방위 확산우리당 "우리와 무관" 선긋기민주당, 수사대상·범위 촉각한나라 "필요하면 국정조사"
이성기기자 sklee@sed.co.kr
홍재원기자 jwhong@sed.co.kr
여야 정치권은 27일 금융브로커 김재록(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특히 검찰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의식한 듯 신경전을 벌였고 한나라당은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사건의 초점이 국민의 정부 시절 인사들과 김씨와의 커넥션으로 모아지자 참여정부와의 무관성을 강조하면서 선을 그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기대한다"는 원칙적인 구두 논평을 내놓았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 사안을 여당이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열린우리당은 이 사건이 민주당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치중하는 분위기다. 노 부대표는 "현 정권의 일도 아니고 오랜 과거의 일이 전격적으로 불거져나온 것이라 우리당도 당혹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여당에 불똥이 튈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때문에 국민의 정부 시절 자녀가 김씨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녀 취직과 나는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선긋기에 발끈하면서도 수사 대상 및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열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김재록 사건이 마치 국민의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로 치부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등은 모두 참여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야4당 공조를 통한 특검을 추진하는 한편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국정조사는 부적절하다"며 '한나라당 아우르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자를 봐가며 사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국민의 정부와 현 정부 일부 인사인 까닭에 한나라당은 사태를 주시하며 공세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은 "내용과 수사과정을 보니 대검에서 로비 명부를 확보한 것 같고 현대 내부에 제보자가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이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갖고 있는 만큼 파장이 크고 광범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정보수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이번 사건은 여권의 비리를 드러내는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자체 조사단에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할 경우 야4당 연합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검찰 수사의 칼끝이 대체로 국민의 정부 인사들을 겨냥하는 인상인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섣불리 나서는 대신 우선 정확한 사실 확인에 역점을 두는 분위기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지금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진실은 규명하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싸움에 한나라당이 끼어들 필요는 없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죽이기' 차원의 편파적 검찰 수사를 견제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꼭 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이유가 뭐냐"며 "열린우리당이 호남에서 고전하자 민주당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재원 위원장은 "만약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당이 자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 규명과 의혹 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3/27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