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도현 시인 4년만의 신작 '간절하게…'

전통 먹거리 속 '추억의 발자취' 더듬어


'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는 엮인 시레기/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 밥알 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 먹는 밥상 모서리/ 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갱죽' 중에서). '연어'와 '연탄재'로 폭넓은 독자층에 사랑 받고 있는 시인 안도현의 신작 '간절하게 참 철 없이'(창비)가 출간됐다. 시집으로는 2004년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이후 4년 만이다. 국내 시인 중 대중성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로 따뜻한 언어 속에 인간에 대한 성찰과 존재적 물음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시집 '간절하게…'는 우리의 전통 먹거리에서 소재를 찾아 지나간 추억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2부에 소개된 시편들은 갱죽ㆍ무밥ㆍ전어속젓ㆍ매생이국 등 토속 음식들을 통해 옛 공동체의 따스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고향 어머니의 투박한 밥상이 떠오르며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어디 그뿐인가. 독자는 시집에 소개된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이란 시를 통해 우리네 어미와 아비의 그 잊을 수 없는 뒷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시인은 자신의 음식 시편에 대해 "음식이란 것은 기본이 미각이지만 음식을 보기 위해서는 시각이 필요하고, 후각도 필요하다…. 모든 감각의 총 결집체가 음식이라 할 수 있다"며 "모든 음식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이 한데 엉켜 있다"고 말했다. 그가 그려낸 시편들은 단순히 단어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유년시절의 훼손되지 않은 공동체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옛 음식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시인의 '빗소리'라는 시에 담백하게 형상화돼 있다. '부엌에서 밥 끓는 냄새가 툇마루로 기어올라온다/ 빗소리는 왜 와서 저녁을 이리도 걸게 한상 차렸는가/ 나는 빗소리가 섭섭하지 않게 마당 쪽으로 오래 귀를 열어둔다/ 그리고 낮에 본 무릎 꺾인 어린 방아깨비의 안부를 궁금해한다'('빗소리' 중에서). 시인은 요즘 강원도 설악산 만해 마을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멀리한 채 새로운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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