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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포동에 사는 20년 차 주부 이모씨(44)는 최근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살림살이가 늘어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에 쓰지도 않는데 물건이 쌓였기 때문.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고...
이씨는 고민 끝에 이전에 봐 두었던 중고물품 매매사이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시범 삼아 2년 전 30만원 가까이 주고 사서 얼마 타지 않았던 자건거를 10만원에 내놓았다. 결과는 대만족. 하루도 안돼 자전거는 팔려갔고 이후 이씨는 집안에 있던 기타, 그릇 등도 중고사이트를 통해 정리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중고거래 회원= 최근 중고품 매매 사이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03년 개설된 한 실제로 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는 최근 1년간 230만명이 새로 가입하며 회원이 1,234만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중고품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셈. 3년 전 출시된 모바일 중고 앱인 ‘헬로마켓’ 역시 출시한 지 3년 만에 회원 수를 450만명까지 올렸다. 총 등록 아이템은 450만개. 이중 67%인 290만개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올라왔다. 거래도 크게 늘어 다나와 중고장터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뛰었다.
아이템별로 보면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G마켓의 경우 중고 계절가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나 급증했고 중고 가구와 침구, 인테리어도 125%나 늘었다. 최근엔 헌책과 휴대폰 등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 세탁기 26만원, 기타는 4만원... 운 좋으면 공짜도= 인기비결은 간단하다. 구매자는 새 제품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 이하 값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쓰지는 않는데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을 돈까지 받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중고매매사이트에서는 2년 전 46만원을 주고 산 중대형 세탁기가 26만원, 12만원에 산 기타는 4만원에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아갔다.
재수가 좋으면 원하는 제품을 거저 얻을 수 있다. 이사하면서 대리석 식탁을 정리한 B씨가 대표적인 사례. 너무 무거워 그냥 가져가기도 힘들고 버리려고 해도 비싼 수거비용을 내야 할 판이었지만 중고매매사이트가 이를 해결해 줬다. 사실상 공짜인 1원에 내놓았더니 몇 군데서 연락이 왔고 이중 가장 먼저 찾아온 이에게 식탁을 거저 넘겼다. 이씨는 처리비용을 절감해서 좋고, 가져간 이는 공짜로 필요한 물건을 얻은,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 1인 가구 증가, 경기침체 영향도= 중고 인기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혼자 사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새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도 하면 살림살이를 다시 장만해야 한다는 부담도 중고품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다 보니 아예 살림살이 모두를 중고 물품으로 장만하는 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취를 하고 있는 B씨가 대표적. 그의 집에는 가제도구는 물론 세탁기에서 냉장고, 가스레인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부 중고다. 그는 “혼자 사는데 목돈 들여 새것을 살 필요가 있냐”며 “신상품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새 것 같은 헌것’이 많기 때문에 중고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
경기침체 장기화도 중고거래 증가의 요인 중 하나. 판매자는 쪼그라든 지갑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 구매자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중고 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20/30대 중심이었지만 최근 가정주부나 직장인의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게 단적인 예다. 한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운영 담당자는 “중고 거래가 늘어난 데는 실속파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그 만큼 살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특히 주부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살림을 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 사기거래 등 방지 위해 ‘안심결제’ 이용을= 중고거래는 개인 간 직거래로 이뤄지는 게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피해가 등장하기도 한다. 입금을 했더니 엉뚱한 물건이나 쓰레기를 보내는가 하면 돈만 받고 아예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피해 방지를 위해 개인간 거래를 할 때는 꼭 물건을 확인한 후 대금을 주거나 직접 만나기 힘들 경우엔 업체에서 제공하는 안심결제를 이용하길 권하고 있다. 헬로마켓 관계자는 “피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하지만 개인간 직거래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며 “상대방이 의심스럽다면, 특히 고액이라면 반드시 안전결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yeonvi@ 윤혜진 기자 jt_y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