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세기 인간의 내면속으로

'기마상의 작가' 마리니 회고전<br>14일 덕수미술관서 개막<br>조각·회화등 100여점 선봬


'기마상의 작가' 마리노 마리니(1901~1980) 회고전이 1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인 그의 조각 50여점과 회화 50점 등 총 100여점의 대표작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던 작가는 20세기 인간이 직면한 불안과 고통 그리고 비극적인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각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품세계는 세가지로 구분된다. ▦20세기 인간이 직면한 비극을 담은 '기마상 조각' ▦불안의 시대를 살았던 개인의 모습에서 시대의 초상을 표현한 '초상 조각' 그리고 ▦자연이 간직한 치유와 회복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포모나(Pomona:숲의 요정이자 과일의 여신) 연작' 등이다. 그의 기마상에서 온순한 말을 기수가 통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자유를 갈구하며 인간에 대항하는 듯 하는 말과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기수의 모습 속에 자연과 인간이 주종관계에 놓여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강렬히 시사한다. 후기로 갈수록 기수는 말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모습으로 험난하고 불안한 시대를 박차고 나갈 비상의 기적을 갈망한다. 강렬하게 움직이는 말의 모습과 말에서 떨어질 듯 한 기수의 비극적인 절망, 그 속에 깃든 기적을 기다리는 마음은 전후(戰後) 작가가 느낀 불확실함과 불안한 심리를 투영하고 있다. 마르크 샤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예술가들의 초상을 조각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20세기를 살아온 인간의 표정을 읽고 인류가 직면한 혼란과 고뇌의 상태를 형상화했다. 그는 '초상조각'에서 인간의 개성을 포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인 상황에 이들을 놓고 재해석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대목이 바로 마리니가 현대 조각사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불안의 시대에도 마리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대지의 치유력과 생산력을 형상한 '포모나'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매끈한 살결의 여체 대신 풍만한 몸매로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찾았다. 불안을 만든 존재가 바로 인간임을 자각한 마리니가 즐거움과 행복을 얻고 인류의 비극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포모나에서 발견했기 때문. 피카소의 입체파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골격을 한 비너스의 계보를 이어간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계속된다. (02)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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