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큰손들 사모펀드 탈출 러시


올들어 국제회계기준(IFRS)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펀드 자금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 IFRS 도입으로 자금 성격 노출을 우려한 큰손들이 사모펀드에서 뭉칫돈을 빼내 투자일임 상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국내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97조8,509억원으로 한달전보다 2조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12월말(144조2,683억원)에 비해 불과 넉 달도 채 안된 기간 동안에 46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 나간 것이다. 이로써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2월(97조8,611억원) 이후 약 1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사모펀드의 추락과는 대조적으로 투자일임 상품으로의 유입액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186조1,351억원이었던 투자일임 상품의 설정액 규모는 지난 13일 198조원으로 11조6,000억원이나 증가하며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서도 8,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금 흐름에 대해 보험사와 은행 등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들이 IFRS 도입에 따른 자금 성격의 노출을 우려한 사모펀드에서 일임형 자산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IFRS가 도입될 경우 특정 투자자의 지분율 50%가 넘는 사모펀드에는 연결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기관의 특성상 자금운용에 관한 정보의 외부 노출을 꺼리는 데 IFRS가 도입되면 그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랩 어카운트와 같은 투자일임상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 때 공모펀드로 이동하던 일부 기관 자금도 자신들의 투자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시 일임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동양자산운용의 경우 법인 투자자들이 IFRS 도입 이후 3조원 이상의 사모자금을 투자 일임형 상품으로 옮기면서 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11조1,000억원에서 지난 3월말 8조3,000억원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강남 지점장은 “올 들어 기관들이 사모 형태로 랩 어카운트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여러 곳의 기관이 함께 가입하는 게 아니라 단독으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IFRS 도입 이후 기관 자금의 사모펀드에서 투자일임형 상품으로의 이동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대형 생보사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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