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방송·통신융합 기구개편 다시 표류

국무조정실 주도案에 방송위·정통부 미지근<br>입법예고 무기연기…연내 법안상정도 힘들듯


방송과 통신 분야의 정부부처 개편작업이 다시 표류할 조짐이다. 기구 개편의 당사자인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모두 국무조정실 주도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기구 개편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당초 지난 23일로 예정됐던 방송위와 정통부 통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위원회’(가칭) 설치를 위한 법안 입법예고도 27일로 연기된 뒤 다시 한번 무기 연기됐다. 한 달간의 입법예고 기간 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 방ㆍ통 융합기구 개편법안의 국회 상정은 물 건너간 셈이다. 국회로 가서도 여ㆍ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방송위ㆍ정통부 여전한 ‘시각차’=융합추진위 지원단측은 “당초 27일로 미뤄졌던 기구개편 법안의 입법예고가 다시 연기됐다”며 “일정은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원단은 2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안’을 확정, 22일 관보에 입법예고했으나 23일 국무조정실이 “추후 재공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밝히며 뒤집었다. 입법예고 연기를 두고 기구 개편의 당사자들인 방송위와 정통부는 엇갈리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방송위는 “추진위 결정에 대한 각 부처간 이해의 왜곡이 끊이지 않았다”며 “기능 조정이 달려 있는 법안 마련을 비롯해 기본적인 조직 운영 자체에 대한 추진위원들의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신설될 통합 위원회가 합의제 기구임에도 독임제가 가미돼 사실상 위원장에게 지나친 권력이 부여돼 합의제의 성격을 훼손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통합위와 별도로 심의를 전담할 독립 민간기구인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할 경우 방송의 독립성을 심의위로 대체시킬 경우 ‘방송정책의 독립성 약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정통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방송위가 요구한 ‘특정직 공무원’(군인ㆍ교사ㆍ국가정보원 등 특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직원 채용, 임금 지급 체계 등을 일반공무과 달르게 자율 결정 가능)으로 신분이 바뀐다해도 신분 문제가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분위기다. 결국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의 신분 변화에 따르는 연금체계 규정이 정리되는 선에서 입법예고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일반직 공무원인 정통부로서는 통합위원회로 가도 신분 문제에선 손해 볼 일이 없고, 정통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온 IPTV 등 융합서비스의 조기 도입을 위해서라도 법안 마련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분위기다. ◇연내 국회상정 불가능론 대두=국조실이 주도하는 지원단이 마련한 ‘통합위원회 법률 시안’이 융합추진위의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추진위 측마저 불만을 내놓고 있다. 융합추진위에 참여한 한 추진위원은 “콘텐츠 진흥 문제(문광부), 우정사업 문제(정통부)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단이 법안 마련에만 서두르고 있다”며 “한건올리기식, 밀어붙이기식의 법안 마련이 각 부처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개편 당사자들의 신분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연내 국회 상정만을 목표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내 법안 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까지 내다보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 연말까지 법안이 상정돼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해도 서둘러야 내년 말이나 돼야 기구 통합이 가능하다. 기구 통합의 ‘공’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참여정부 내 방송ㆍ통신 융합 작업은 결국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여기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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