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손보사들의 침묵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지난 25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금융 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은 상반기(4월~9월) 흑자 규모가 3,199억원에 그쳤다. '실적 쇼크'라 할만하다. 반면 삼성화재는 4,82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냈다. 뿐만 아니다. 현대해상의 올 상반기 순익은 2,35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3%나 늘었고 동부화재는 2,212억원으로 121%나 급증했다. 호실적 원인은 나아진 경영 환경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차보험료를 올렸다. 자기차량 사고의 자기부담금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유리하게 바꿨다. 실적 고공비행은 사실 예정돼 있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까지 하향 안정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0.4%에 달했던 손해율은 올해 2월부터 70%대로 내려섰다. 태평성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자동차보험 인하 요구 목소리가 곳곳에서 커지는데도 손보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자동차보험 부분은 적자라며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한 답만 계속한다. 금융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은행만 해도 송금ㆍ이체 수수료는 그리 남는 게 없었다. 그렇지만 사상 최대의 이익에 여론은 '탐욕'이라는 잣대를 들이댔고 결국 낮추고 말았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의 자세는 태평하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최근 보험 전문 신용평가 기관인 미국 에이엠베스트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면서 낮은 손해율이 원인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정작 "손해율이 낮다면서 왜 보험료는 못 내리느냐"는 질문에는 말이 없다. 손해율이 올라갈 때는 보험료를 올리고 낮아질 때는 가만 있는 형국이다. 물론 금융회사의 가격 결정 행위를 토끼몰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공정위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방임은 더욱 옳지 않다. 당국이 칼을 대기 전에 스스로 답을 꺼내는 것이 순리다. 고객이 없으면 보험사도 없다. 포퓰리즘 논란을 얘기하기에 앞서 '적정 이익'은 금융산업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손보사들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국민의 외면을 받을까 걱정이다. 올해 금융회사 최고의 순익이 예상되는 신한금융이 왜 굳이 '따뜻한 금융'을 경영 모토로 내세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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