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는 국내 관광산업을 빗댄 이명박 대통령의 ‘골프 여객기’ 쓴소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공무원 사회의 규제 철폐 난맥상을 ‘전봇대 뽑기’ 사례로 표현해낸 이 대통령 특유의 ‘비유화법’이 10일 기획재정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중국으로 줄줄이 떠나는 한국의 골프관광객 문제를 꼬집는 ‘골프 여객기’ 발언으로 재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고질적인 여행수지 적자 문제를 지적하며 “얼마 전 지방의 한 공항에서 해외 골프관광객들의 짐이 많아 비행기가 제때 이륙하지 못했는데 이건 해외 토픽감”이라고 배석한 공무원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 대통령이 예를 든 지방의 한 공항은 바로 대구국제공항으로 지난 1월 이곳에서는 중국 하이난(海南)섬으로 출발하려던 하이난항공 전세기가 중량 초과로 이륙하지 못해 다음날 아침에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58명의 국내 탑승객 대부분이 3박4일 코스의 하이난섬 골프여행객들로 이들의 넘쳐나는 골프백 때문에 비행기 전체 중량이 허용치를 초과해 이륙 불가 결정이 내려진 것. 당시 대구공항의 항공기 이ㆍ착륙을 관리하는 공군은 탑승객에게 화물 중량을 줄이도록 1시간가량 조정시간을 줬으나 승객들이 짐을 내리는 것을 거부, 결국 비행기는 제 시간에 이륙하지 못했다. 항공기는 다음날 오전에서야 114명만 태운 채 이륙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서민들은 50원, 100원에도 민감한데 어떻게 (너도나도 해외관광에만 열을 올리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이제 (국내) 관광산업도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중국 골프관광 러시가 취약한 국내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국제적 수치였음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지방의 작은 현에서조차 공무원을 보내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강조,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여행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공무원 사회의 전향적 쇄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