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젠 Smarter 시대다] <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시장 넓힌다

이통사 "개발자와 상생"… API 빗장 풀고 서비스 강화 올인<br>"창의적 아이디어 아웃소싱 하자"<br>이통업계, 개발키트등 무료 공개<br>유무선 연계 콘텐츠 확보 잇따라<br>협력업체 선정해 앱 개발도 적극



SK텔레콤은 이르면 다음달 '시크릿박스(가칭)'라는 이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시크릿박스는 SK텔레콤이 직접 개발하는 게 아니라 SK텔레콤의 지원 아래 개발사 '네시삼십삼분'이 만들고 있다. 네시삼십삼분은 SK텔레콤의 기반기술(API)과 개발비ㆍ기술적 지원, 서비스 출시 이후 마케팅 지원을 받는다. 소태환 네시삼십삼분 실장은 "단독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는 지금 API와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등을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등 '퍼주기'에 한창이다. API는 개발에 사용되는 기본기능단위 요소로 외부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SDK는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도구모음이다. 자사 서비스의 기본기술을 공개한다는 것은 언뜻 제 살을 깎아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외부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바깥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아웃소싱한다는 취지다. 포화된 지 한참 지난 이동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ㆍ개방형 혁신)'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가 점점 보편화되는 스마트 시대에 개발자를 키우고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는 인식도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오픈 API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최근 T맵 API로 관련 서비스를 개발할 협력사 3곳(네시삼십삼분ㆍ게임동아ㆍ비전피아)을 2차로 선정했다. 게임동아는 위치정보 기반의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ㆍ교육+놀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며 비전피아는 이용자의 이동거리와 칼로리 소모량 등을 보여주는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조학동 게임동아 팀장은 "몇 년 전까지와 달리 이제는 정말 개발사들과 같이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SK텔레콤과 손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은 개발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API 공개센터인 'T API센터'도 선보인 바 있다. 'T API센터'에서는 API와 SDK, 이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T스토어와 멜론, 모바일 결제 등의 API도 공개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KT도 API 공개로 개발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저장공간을 이용하고 소프트웨어를 빌려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인 '유클라우드'의 API를 공개한 KT는 유클라우드 API를 활용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하반기부터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SNS인 '와글'과 '플레이스북'의 API를 조만간 공개하고 연말까지 관련 서비스가 10가지가량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KT는 유선전화 API도 공개했다. 개발자는 KT의 유선전화망에서 제공되는 발신자번호표시ㆍ통화ㆍ문자ㆍ팩스ㆍ음성메시지 등을 이용해 컴퓨터ㆍ스마트폰 등과 연계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병원에 전화를 걸면 발신자번호와 함께 환자의 진료 차트까지 표시되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밖에 KT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올레SDK의 다운로드 건수는 1,600여건에 이른다. 올레SDK는 안드로이드ㆍiOS 등 다양한 운영체제(OS)용 애플리케이션을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 OS에 맞춰 일일이 애플리케이션을 변환하는 '잡무'를 없애줘 개발자들이 좀더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렇게 API 공개를 통해 관련 서비스가 쌓이면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T맵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검색ㆍSNSㆍ광고ㆍ소셜커머스 등의 부가 서비스와 연동되면서 보다 많은 이용자들과 이들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 플랫폼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바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API를 공개해 페이스북 내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전세계 6억명의 이용자를 사로잡고 있다. 그저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에 그쳤다면 금세 질리는 이용자들을 붙잡아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역시 API를 공개한 트위터의 경우도 API를 활용해 탄생한 관련 서비스가 트위터 이용자들을 2억명까지 끌어모으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트위터 API로 만들어진 서비스로는 트위터에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트윗픽(Twitpic)'이나 '와이프로그(Yfrog)'부터 어느 팔로어와 가장 많이 메시지(트윗)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통계로 내주는 '트윗스탯(Tweetstat)',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을 전자책으로 엮어주는 '트워널(Twournal)'까지 수천 개가 넘는다.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API는 소프트웨어ㆍ서비스의 가장 기반이 되는 기술을 뜻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API가 공개된 T맵은 위치측정ㆍ길안내ㆍ교통정보 등 다양한 API로 구성돼 있다. API를 공개하면 구글맵의 경우처럼 구글이 아니라 외부 개발자들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구글맵의 이용자를 더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개발자로서는 이미 검증된 소프트웨어ㆍ서비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실패확률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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