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24일] 이븐 바투타


[오늘의 경제소사/2월24일] 이븐 바투타 권홍우 편집위원 중세시대에 여행거리가 가장 길었던 사람. 누구일까. 마르코 폴로가 떠오르겠지만 그보다 더 오래 여행한 인물이 있다. 이븐 바투타(Ibn Battuta)다. 27년간 발과 낙타ㆍ배로 다닌 여행거리가 약 12만㎞. 베이징~파리 직선구간을 여섯 번 오가는 거리다. 오늘날 국경 기준으로는 44개국을 거쳤다. 1302년 2월24일,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에 튀니지 탕헤르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법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여정을 시작한 것은 1325년. 나이 21세 때였다. 메카 순례를 위해 떠난 청년은 27년이 지나서야 고향에 돌아왔다. 인도ㆍ중국에서 동아프리카 해안, 서남아시아, 유럽까지 그는 알려진 세계의 모든 곳을 다녔다. 인도에서는 군주가 하사한 영지를 뒤로 남기고 여행길에 오른 적도 있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린 여행 길을 무사히 마친 비결은 남에 대한 존중. 독실한 무슬림임에도 바투타는 예수에 대해 말할 때면 언제나 ‘그에게 평화를’이라는 축원을 달았다. 고향에 돌아온 바투타가 남긴 여행기는 최고의 작품이자 귀중한 사료로 손꼽힌다. 여행지의 풍토와 관습ㆍ상품매매 등 교환제도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옥중 구술을 받아 적었다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폴로를 바투타와 비교해 ‘보름달 옆의 뭇별’이라고 말한 학자도 있다. 바투타의 여행기는 대항해 시대 개막에도 영향을 미쳤다. ‘적도 이남의 아프리카는 너무 더워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관이 바투타로 인해 깨졌기 때문이다. 동방견문록을 반신반의하던 유럽인들은 바투타의 여행기 소식에 비로소 배를 타고 아프리카 해안을 돌아 희망봉과 인도항로를 찾아냈다. 여행객의 발이 역사를 연 셈이다. 입력시간 : 2007/02/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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