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예정지에 소규모 땅을 사뒀다 비싼 값에 되파는 이른바 ‘알박기’ 금지법안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정부 내 혼선을 틈타 일부 개발업자들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주인을 회유ㆍ협박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가 최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심의, 확정했다며 발표한 알박기 근절대책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어떻게 이런 안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규개위는 지난 6월23일 민간 개발업체의 매도청구권 행사요건을 대지면적 90% 이상 확보에서 80%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3년 이상 장기 보유한 땅에 대해서는 매도청구권 행사를 막은 조항을 삭제, 땅 주인의 소유기간에 상관없이 사실상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정장선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나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입장과 핵심내용에서 크게 다르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사업지의 80% 이상을 확보했을 때는 5년, 90% 이상 확보하면 7년 이하 보유토지에 대해서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알박기를 이전보다 강하게 규제하면서도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는 최대한 줄인 안이다. 이에 대해 서명교 건교부 주거환경팀장은 “4월 90% 이상 확보시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매도청구를 허용해야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냈던 것이 정부의 최종 입장”이라며 “규개위에서 더 강화된 안을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고 이를 주택법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한 실무작업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규개위측 업무협조를 담당했던 건교부 담당자 역시 “알박기 규제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제시됐지만 이미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낼 정부안은 없다”며 “80% 비율에 소유기간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은 그쪽(규개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개위 측은 건교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하고 있다. 규개위 천현숙 전문위원은 “건교부가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고 발표 전날에도 건교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규개위 안이 의원 발의안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규개위는 여러 의견 중 하나에 불과한 내용을 정부안으로 확정해 발표했고 건교부는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거나 발표내용이 주무부처 입장과 다른데도 수수방관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 내에서 이 같은 혼선이 벌어지는 동안 일부 개발업자들은 땅 주인들을 회유ㆍ협박해 땅을 반강제로 빼앗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땅 주인들을 상대로 “알박기 금지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하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조속히 땅을 내놓으라고 종용하는 식이다. 정장선 의원측 관계자는 “재산권을 침해받는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9월 정기국회 심리 과정에서도 보유기간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될지, (규개위 안이) 법안에 반영될지 여부도 미지수인데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일부 개발업자들이 악용하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