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4월 19일]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에 동의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고 ‘깜짝’ 제안한 것은 새 정부의 대북 첫 제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북대화는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안 되니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해 실질적이고도 상시적인 대화를 하자는 뜻이다. 연락사무소 책임자는 남북한 지도자와 직접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이 같은 뜻이 잘 드러나 있다. 그동안 남북대화는 북한의 변덕에 따라 춤을 추고 여기에 남한의 일방적 퍼주기가 동반됐다. 걸핏하면 회담을 중단하거나 취소 및 연기하고 대표단이 퇴장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남한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고 기다리거나 달래기 위해 퍼주기를 해야 했다. 북한은 지금도 상호호혜 원칙을 내세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연일 비난하며 개성공단의 남한 측 상주요원을 추방하는 등 남북대화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설치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연락사무소도 남북 정세에 따라 폐쇄되는 등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남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으나 북한은 수용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북한 간에 북한핵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진전이 있는데다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 변화가 필요한 지금이 정치적 상징성도 큰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꺼려 월드컵 축구 남북예선전 주최를 거부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꿈꾸는 것이 북한이다. 북한도 달라져야 한다. 이 대통령이 대북경협 4원칙으로 비핵화 진전에 따른 단계적 지원, 경제적 타당성, 재정부담 능력, 국민적 합의를 제시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변덕에 춤추는 대화나 퍼주기식 지원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쇼의 성격이 짙은 전략적 대화는 그만둘 때가 됐다. 북한도 민족의 미래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화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진솔한 대화만이 민족의 장래를 해결할 수 있다. 그 해결책의 첫 단계가 연락사무소 개설이라는 점에서 북한도 이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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