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꿈이 꿈으로 사라지지 않는 나라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를 다녀왔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화가 겸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는 건축물도 자연의 일부가 돼야 비로소 인간이 안락하고 편안해진다는 철학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이를 실현시켰다. 전시에는 실제 유럽에 존재하는 건축 모형 8점도 포함돼 있다. 주변 자연환경을 고려한 유선형의 건물 벽면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덮여 있고 똑같은 모양의 유리창은 찾기 어렵다. 주거는 아파트요, 사무실은 고층빌딩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이라면 동화나 놀이동산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듯한 모형을 보면서 필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추정하기 쉽다. 그러나 성당ㆍ학교ㆍ쓰레기소각장ㆍ온천마을 등 일상의 일부라는 안내문을 보는 순간 선입견은 깨져버린다. 어릴 때부터 색채와 형태에 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프랑스의 유명 미술학교 에콜데보자르에 입학했지만 첫날 자퇴하고 만다. 이후 독학으로 작업을 하고 동료들과 핀토라리움이라는 미술학교를 설립했다. 버젓한 정규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그는 오스트리아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의 천재성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환경주의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될 수 있었을까. 전시장을 나오면서 질문은 끊임없이 솟구쳤다. 훈데르트바서의 꿈이 실현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창의성과 천재성을 흡수하는 유럽의 사회적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꿈꾸는 자라면 실패해도 다시 기회를 주는 그런 사회적 공감대 말이다. 최근 한중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청소년 행복지수는 3개국 중 꼴찌이며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왕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친구를 루저로 만들어야 내가 위너가 될 수 있다'는 정글의 법칙을 먼저 배우고 만다. 대지진으로 참사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관(官)체질에 젖은 도쿄전력의 조작ㆍ은폐가 재앙을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일본정부 특유의 비밀주의와 국익우선주의는 언론의 힘을 빌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공동체 정신을 강조해왔다. 남과 같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나라를 만든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반대편 의견을 듣고 좋은 아이디어는 현실화할 수 있도록 관용과 포용을 허용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꿈이 꿈으로 사라지지 않고 꿈 꾸는 자가 위너가 되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이 아닐까. 일본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