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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덕택에 대한민국의 자긍심은 높아가지만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15일 서울포럼 개막식에서 만난 이참(59ㆍ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레이디 가가는 브랜드지만 소녀시대는 아직 아니다"라면서 한류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부터 던졌다.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이 시장은 "한류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하려면 브랜드가 돼야 한다"면서 "유일한 개성을 갖고 시장에서 포지셔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한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우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지적이다.
이 사장은 "한국의 드라마ㆍ영화ㆍ음식ㆍ패션에서 아직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지금 세계시장에서 한류는 하나의 장르이고 소녀시대도 원더걸스나 티아라와 비슷한 한류 속의 장르다. 그저 여러 명의 예쁜 소녀가 예쁜 옷을 입고 예쁜 노래를 부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이 예로 든 것은 한때 세계적인 붐이 일었던 홍콩 영화다. 그는 "홍콩의 무술영화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났지만 저우룬파(周潤發)과 재키 챈(청룽ㆍ成龍)은 스타이자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면서 "K팝이 지속 가능하려면 세계적인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의 첫발을 디딘 한국음식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개막식의 한식 만찬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그는 "한국음식이 브랜드가 되려면 세계 곳곳에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어야 한다"면서 독일에서 성공한 한국 음식점 '김치공주'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특히 한국의 웰빙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독일 베를린에서 문을 연 한 김치공주라는 음식점은 300석 규모임에도 손님들로 넘쳐난다. 독일인 3명과 한국계 독일인 1명이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한국계 유명 셰프인 데이비드 장(David Chang)의 레스토랑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이 보는 해법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국가의 전폭적인 투자였다. 그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발전한 것은 민간의 노력도 있었지만 국력을 동원해 인프라를 깐 결과였다"면서 "한류가 지속하려면 무대ㆍ 마케팅ㆍ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은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 국가는 한류에 대한 토론만 하지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액션 플랜(action plan)'이 없다"면서 절반뿐인 정부의 관심을 질타했다. 그는 "한국의 연예기획사인 SM이나 YG는 세계시장에서 보면 구멍가게에 불과하다. 세계시장의 마케팅 파워는 규모의 파워이다. 극장ㆍ매체ㆍ세계적인 이벤트 등 무대를 넓히고 엔터테인먼트 종사자가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말로 애정 어린 비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