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網중립성' 논쟁 뜨거워진다

통신사 "추가비용 내라" 제조·인터넷사 "수용 못해" 평행선<br>3일 비공개 포럼… 연내 가이드라인 골격 마련<br>전문가 "성급한 대안마련 부작용 부를수도" 지적


스마트폰 가입자 2,000만 시대에 돌입하고 가입자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GB 돌파가 예상되면서 '망 중립성'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하지만 성급한 대안 마련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통신 사업자·인터넷 사업자는 이달 3~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도로 열리는 비공개 포럼을 통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의 골격을 마련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올들어 스마트 기기 대중화로 망 중립성 논의가 본격화되자, 지난 5월 학계·통신사·인터넷·제조사·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망 중립성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 운영 결과를 반영해 연내 망 중립성에 관한 정책기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동안 통신사업자와 단말기제조사·인터넷사업자는 망 중립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통신 사업자는 인터넷·제조사에 유·무선 네트워크 이용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조사 등은 망 중립성을 근거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TV가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삼성 측은 "네트워크 비용은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SKT·KT 측은 이들에게 추가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시장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칫 성급한 결론으로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구글·야후 등 세계적인 인터넷 사업자가 포진한 미국의 경우 오는 20일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인터넷사업자에 유리한 법안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책 발표 이후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이 규제 권한 여부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통이 예상돼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논의가 너무 성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무선 트래픽 발생 현황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대책 마련에만 급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을 제외하고는 망 중립성 원칙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사례 분석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망 중립성 포럼에 학계 전문가로 참석하고 있는 최경진 경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최소한 1년 이상 현재 트래픽 발생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한 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례와 국내 인터넷 환경의 차이점을 검토하는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칠레는 세계적으로 앞서 망 중립성을 법제화 했지만 성급한 도입으로 각종 부작용을 앓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네덜란드는 최대 통신사인 KPN이 인터넷 서비스에 따른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시급하게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단기간에 전체 통신 요금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칠레의 경우에는 인터넷 서비스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 적용에 혼란을 겪고 있다. 최경진 교수는 "대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는 만큼 현재의 트래픽 상황을 정확한 정보로 구축해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을 보유한 사업자가 이 망을 통해 오고 가는 모든 콘텐츠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근거로 제조사·인터넷사업자는 통신망 비용 부담을 거부하는 반면 통신사업자는 이들이 통신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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