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온 사회가 비상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번 사태를 자신의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메르스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당원 30여명과 함께 인천 문학경기장에 야구 관람을 간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국민들 사이에 각종 불신으로 공포가 만연해 있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가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관중이 많이 몰리는 야구장에 '얼굴도장 찍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홍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위급한 상황에서 좀 가벼운 일정일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홍 의원 측은 일정상을 이유로 야구 관람 계획을 취소했다.
야권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상품성을 높일 기회"라고 조언했다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글을 지웠다. 조 교수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안 의원이 의사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장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고 했다. 두 경우 모두 메르스라는 국가 재난상황을 정치인의 '홍보 기회'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태 발발 이후 관련 입법이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첫 확진 환자 발생 후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은 여야에서 5개가 잇달아 발의됐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발의안과 김성주·김용익 새정연 의원 발의안 등은 감염자 진료 의료기관 공개와 피해보상, 격리 환자에 대한 생활보호 조치 등 중요 내용에서 상당 부분이 겹친다. 이 밖에도 의료법 개정안, 119구조법 개정안 등 사태 발발 뒤에만 관련 법 10여개가 쏟아져나왔다. 관련 법안이 2~3건에 불과했던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보다 빈도가 높다.
짧은 기간에 부랴부랴 발의하다 보니 예산 등 중요 고려사항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고 실효성도 낮아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충분한 숙고 없이 제안된 법안은 예산·집행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비슷한 국가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심도 있는 법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