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로존 위기 선제 대응해야


지난해 아이슬랜드 화산폭발은 유럽 항공망 전체를 교란하고 세계적인 항공교통 대란을 불러왔다. 물론 최초의 화산폭발 시점에서 얼마나 심각한 교통대란을 초래할지 여부는 알기 어려웠다. 그 여부는 결국 화산재가 얼마나 오래 분출되고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불지와 관련된다. 당시 화산재는 상당 기간 분출됐고 바람은 화산재를 영국과 유럽 대륙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유럽 항공망 마비와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었다. 금융기관들 부실 도미노 우려 그리스의 재정위기도 유사하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이것이 세계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위기의 성격이 어떠하며 얼마나 지속될지에 따라 여파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화산은 얼마나 오래 화산재를 내뿜을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지만 재정위기에는 분명한 것이 있다. 얼마나 빨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위기의 지속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임금을 낮추는 등 국민에게 내핍생활을 요구하며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과 같이 정치적으로 환영 받지 못하는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은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여파는 어디까지 확산될까. 재정위기가 그리스에 국한되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문제라면 세계경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에는 큰 사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는 그리스의 국채를 들고 있는 많은 채권자 국가들이 있다. 그런데 그리스와 같은 채무자가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채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합의하에 채무를 조정해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반대로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볼 경우 '빚잔치'를 하고 다른 사람이 채무자의 소유물을 가져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채권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는 데는 채무자의 회생 가능성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리스 사태가 재정위기라는 점이다. 유동성 위기는 잠시 유동성을 공급하면 채무자가 회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특징을 지녀 채무 재조정을 통해 기회를 주더라도 회생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따라서 채권자 국가들의 채무 재조정은 결국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권자인 유럽의 여러 금융기관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는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로 전락하기 쉽고 그것은 다른 유럽 국가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해결책은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일종의 공적 자금 형태로 지원 자금을 직접 그리스에 쏟아붓거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자국의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재정을 개선해 직접 국가 부채를 갚는 형태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러한 단기적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못된다. 더구나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재정상황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금융충격 대비할 시스템 갖춰야 그렇다면 만성화될 수 있는 유로존 위기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은 당연하다. 이제 유럽 지역에서 발생하는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올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해외 충격이 아직 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저축은행 사태와 심각한 가계부채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 해외 금융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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