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스타와 게임 규제


"저희도 답답합니다. 오죽하면 전시회 불참이라는 카드까지 꺼냈을까요."

최근 기자가 만난 국내 중견 게임사 대표는 국내 게임시장에 요즘처럼 위기감이 높았던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경쟁사들의 공세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강도 높은 게임산업 규제로 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지스타 전시회의 불참을 결정하기까지 내부적으로도 임직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정부가 조금이라도 게임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반쪽짜리 전시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게임ㆍ네오위즈ㆍ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들이 대규모로 부스를 차렸지만 올해는 넥슨과 다음을 제외하면 대형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가 빠진 빈자리에는 블리자드ㆍ마이크로소프트ㆍ소니ㆍ닌텐도 등 해외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게임업계의 지스타 불참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게임업체들이 정치적 이유로 지스타 불참을 선택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관람객을 볼모로 잡아 전시회 불참을 선택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스타 전시회는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자리가 아니라 게임사와 게임 팬이 만나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규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이미 해묵은 논쟁이 됐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소모전만 일삼아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게임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게임과몰입 문제는 양날의 칼이어서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짜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세대 한류 콘텐츠의 첨병으로 불리는 게임산업이 계속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남으면 창조경제의 근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