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6일] 원구성 둘러싼'명분' 싸움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 세부사항을 논의하다 큰 틀의 합의마저 흔들린다는 협상의 격언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요즘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여야가 지난 31일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하고도 청와대의 제동으로 실패로 끝났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는 장관 인사청문회를 특별위원회에서 하면 불법이라며 청와대가 거절한 탓이다. 이로 인해 대화가 오가던 여야 관계는 책임 공방으로 급속히 냉각됐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개입해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면서 국정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장관 인사청문회는 청와대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조율이 당연히 필요한 사안으로 야당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인데 정치공세로만 몰고 있다며 맞섰다. 국회가 곧 정상화할 것 같던 분위기가 어느새 파행 장기화 국면으로 반전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잠정 합의하면서 1~2개의 상임위원회를 요구하고 나서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국회 원 구성 상황이 더 복잡해진 셈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 구성 잠정합의안을 유지할지, 재협상에 나설지 손익계산서를 따지고 있다. 새 교섭단체에 돌아갈 1~2개 상임위원장 자리와 관련, 한나라당은 당초 합의안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기대하며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몫을 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새로운 교섭단체가 생겼으니 야당이 재협상에 응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처럼 여야는 명분만 앞세워 당리당략으로 일관하며 국회를 석 달째 ‘식물국회’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모름지기 정치라는 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합의점을 찾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의 여야는 국민들의 비판이 들리지 않는지 묻고 싶다. 여야는 더 이상 당리당략으로 비치는 모습을 버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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