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락시장 대수술… 농수산물 유통개선 어떻게

■ 정가 매매 늘려 값 널뛰기 차단<br>그날 가격 매기는 수급구조 경매제 단점 보완<br>농산물 수급 매뉴얼 마련·직거래 활성화 시급


정부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혁에 나선 것은 현재의 '경매제'로는 널뛰는 농산물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배추(10㎏ 그물망)의 경락가격은 14일 평균 6,240원. 하지만 불과 1주일 전 가격은 5,607원이었고 1년 전 가격은 4,032원이었다. 근본적으로 수급의 문제도 있지만 경매제의 특성상 가격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우리 농산물 유통구조를 뜯어보면 도매시장의 역할이 매우 크다.

지난해 공영 도매시장의 청과 유통량은 650만톤, 금액으로는 10조6,036억원에 달했다. 전체 농산물 거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중에서도 서울 가락시장으로 쏠리는 물량이 또다시 절반을 차지한다. 가락시장 거래금액이 전국 농산물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가락시장 거래가격을 벤치마크 삼아 그날그날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락시장의 당일 배추 경락가격이 1,000원에 결정됐다면 실제 매입가격이 얼마든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도매시장 가격이 출렁이면 마트 농산물 가격도 덩달아 출렁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수급구조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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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가ㆍ수의매매 확대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정가ㆍ수의매매는 일종의 선물시장으로 미리 가격을 정하고(정가) 상대를 정해(수의) 거래하는 방법이어서 가격이 급변하는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도매시장에서 정가ㆍ수의매매의 비중은 8.9%에 그쳐 경매ㆍ입찰 79.3%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중도매인을 육성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가ㆍ수의매매가 확대되면 도매법인이 가져가는 4%대의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어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밖에 농산물의 수급조절 매뉴얼을 마련해 이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은 ▲가격 안정대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나뉘게 되며 심각단계에 들어서면 해외물량을 도입하거나 관세를 인하하는 등의 조치가 자동으로 취해지게 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수급조절위원회를 이미 설치했으며 적정 가격대는 지난 몇 년간의 평균가격을 산정한 뒤 생산자ㆍ소비자ㆍ유통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해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농산물 직거래도 확대된다. 농식품부는 직거래 활성화 법률을 내년까지 제정한다는 목표 아래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한 농협을 중심으로 유통계열화를 축소하면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이를 위해 6월 경기 안성시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전국 총 5곳의 권역별 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하고 농협 공판 자회사도 설립할 예정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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