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중국의 부상과 한미 FTA

얼마 전 방한한 프랑스 경제학자인 기 소르망(Guy Sorman)은 저서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 중국 경제신화는 과대평가됐으며 경제성장 이면에 가려진 관료제의 경직성, 지역간 불균형, 자원 및 에너지의 한계 등이 중국 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유지해왔으며 그동안 쌓아온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 됐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0년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이 우리에게 위기냐 기회이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결론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10여년간 국내외에서 우리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 많은 시장을 잃어왔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95년 3.3%에서 지난해 말 2.6%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미국 상품의 시장점유율도 10년 전 24%에서 지난해 12%로 하락했다. 미국 기업의 대한국 투자비율도 최근 하락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율도 떨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에서 중국 상품의 비중은 약진하고 있어 양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중국 기업이 시장을 대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단기간에 역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제품의 원가구조를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공장의 땅값을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 상품의 종류나 품질을 중국과 차별화하며 원천기술에서 앞서나가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이에 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ㆍ칠레 FTA에서 보듯 지역협정은 무역창출 효과와 무역전환 효과를 수반한다. 미ㆍ멕시코 FTA 이후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93년 429억달러에서 2002년 1,430달러로 늘어난 것은 무역창출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한ㆍ칠레 FTA 발효 이후 칠레산 포도주가 프랑스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무역전환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미 FTA는 미국이나 한국 시장에서 중국에 의해 잠식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한미 FTA를 둘러싸고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첫번째 오해는 우리 정부가 사전준비 없이 서둘러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8월 ‘FTA 추진 로드맵’을 마련했고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2003년 10월부터 전문가들은 10여차례에 걸쳐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검토했고 2004년 6월부터 무역협회는 미국 전미제조자협회(NAM)ㆍ기업연구소(AEI) 등과 수차례 회의를 통해 FTA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두번째 오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멕시코와 같이 미국 경제에 예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경제규모나 지리적 여건 모두 멕시코와는 다르다. 우선 멕시코는 대미무역 의존도가 9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13%에 불과하다. 멕시코는 GDP 대비 7.1%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데 비해 우리는 4%가 넘는 흑자국이다. 지리적 인접성의 측면에서도 멕시코와는 다르다. 세번째 오해는 미국 의회가 정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졸속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의회가 정한 신속의결절차(TPA)는 협상의 참고사항이 될 수 있으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미국 의회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협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다. 다만 어떤 일도 일정에 맞춰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간 협상도 대체적으로 일정을 지키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한 15년 전 한미 슈퍼 301조 협상도 6개월 만에 타결한 경험에 비춰 볼 때 1년의 협상기간이 반드시 짧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는 지역주의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수출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1월 멕시코가 일본과 FTA를 체결해 일본산 자동차 타이어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한국산에 대해서는 관세를 35%에서 50%로 인상하자 우리 수출은 중단됐다. 96년 1월부터 터키가 유럽연합(EU)과 관세동맹을 체결한 후 현대차는 터키에 공장을 이전했다. 전세계적으로 330여개의 지역협정이 체결됐으며 세계교역의 52%가 FTA 아래 이뤄지고 있는 데 비춰 볼 때 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온 우리에게 FTA 체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의 과제가 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의 표출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목적이 민주적이라면 표현 방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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