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민자사업의 오해와 편견


언제부터인지 민간자본에 의한 건설공사는 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민자사업자는 정부가 보장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를 통해 순이익만 거두는 악덕(?)업자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정부가 지불하는 사업자 손실 보전액을 혈세라고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주장과 달리 건설업체들은 민자도로 건설 투자를 기피한다. 이익은 고사하고 악덕업자로 내몰리는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부족으로 민자 건설 불가피


제 3자의 주장과 당사자 입장이 판이하다. 국민은 어느 주장에 동조할까.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위해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예를 들어보자. 인천공항은 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최고의 공항이다. 국제평가기구에 의하면 8년 연속 세계제일이다. 한국이 자랑해도 좋은 건설상품이다.경영수지는 지난 한해 수익만 5,200억원 이상을 넘었다.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인천공항을 질타하지 않는다. 인천공항 건설은 재정사업으로 진행됐다. 인천공항에 접근하는 고속도로는 당초 재정사업이었다. 동북아의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은 반드시 육지에서 접근하는 도로 건설이 필수다. 경제적 타당성을 떠나 당연성이 더 절대적이다. 재정으로는 인천공항 건설을 제대로 진행하기에도 벅차 한국 최초의 민간투자사업방식을 도입했다. 민자사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사업자가 선뜻 나서지 않았다. 공항 개항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건설이 시급한 상태였다. 재정사업으로는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었다. 재정여력 부족 때문이다. 민자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익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강요하다시피 민자사업자를 지정했다. 수익이 확실했다면 당연히 경쟁이 있었겠지만 누구도 기피했던 사업이었다. 민자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도입했다. 연평균 800억원가량이 재정에서 지원된다. 재정지원은 수익을 보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지원금 성격이다. 이를 두고 민자사업자의 손실 보전은 혈세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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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전=혈세낭비'시각은 부당

공항의 접근도로는 원칙대로라면 공항시설의 일부다. 다시 말해 연결재무방식을 적용한다면 인천공항에 편입될 수 있다. 재정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칭찬을 받아야 하고 민자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비난 받아야 하는 게 자유경제나 경제민주화는 아닐 것이다. 재정사업의 손실은 사용자 부담 원칙과 무관하게 국민의 보편적인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민자사업의 손실을 투자자 손실로만 보기에는 불공정하다. 사용자 부담 원칙이라면 통행료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통행료 인상은 절대 불가한 게 현실이다. 재정사업으로 건설된 고속도로 통행료가 너무 낮은 탓에 한국도로공사의 부채액이 25조원을 넘겼다. 통행료로는 부채액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국민 혈세로 메꿀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더 큰 혈세가 들어가는 구조다.

늘어나는 복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건설투자비를 삭감한다. 건설투자는 현재보다 미래 국민자산이다. 정부 재정여력이 소진된 것은 오래된 진실이다. 재정여력으로는 공사 중인 사업의 마무리도 벅차다. 재정 공백을 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민간자본 활용이다. 민자사업을 비난하면서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불공정한 편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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