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4일] 상처는 오롯이 국민의 몫인데…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귀결되든 결국 상처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됐다. 지난 정부가 부동산 투기만을 잡겠다는 심사로 ‘오기’로 도입했던 종부세. 새 정부 역시 그 생명줄을 끊기 위해 ‘오기’로 달려들었다. 도입이나 없애는 과정에서 국민이 느껴야 할 정서는 고려의 대상에서 한참 밀렸다. 사분오열로 국론이 분열되든 말든 오직 그들의 철학과 입맛에 맞도록 법을 만들고 또 없애려 했을 뿐이다. 그간 정부 당국자들이 내뱉은 말은 또 어떠했던가. 국민의 2% 혹은 98%의 폐부를 날카로운 칼로 찔렀다. 종부세를 도입할 당시 참여정부는 “헌법보다 더 고치기 힘든 법안을 만들겠다” “종부세가 8배나 올랐다는데 세금폭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등의 자극적인 발언으로 국민의 2%를 압박했다. 고가주택에 산다는 이유로 그들이 느껴야 했을 자괴감은 오죽했겠는가. 그리고 그 앙금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민의 98%가 참으로 답답해 한다. “종부세 납부 대상의 상당수가 중산층”이라는 진단에는 중산층에도 끼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극소수가 과도하게 부담하는 세금을 없애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반문에는 ‘조세로 인한 분배의 효과’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를 인정해야 했다. 더구나 종부세 도입 당시와 180도 바뀐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도 없는 데는 어안이 벙벙하다. 합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의 세제실이 이번에는 위헌의 당위성에 목소리를 더 높일 뿐이다. 같은 세제실에 같은 공직자인데도 말이다. 국민은 그래서 더 허탈하다. 정책이 오기로 점철돼 존폐가 결정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뀌는 정책으로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내 책임’이라는 목소리는 없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냐”는 허무맹랑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국민의 목을 옥죄고 있다. 실직에 대한 불안감과 파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그래서 밤잠을 설친다. 망연자실한 국민을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아는 정부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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