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속타는 '선비' 권도엽 장관


사과를 하면서 고개 숙이는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자리에 앉은 뒤에도 타는 속을 적시기 위해 연신 물컵을 찾았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 얘기다. 권 장관은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했다. 부동산 등 각종 현안이 집중돼 있는 국토부 업무를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관련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자리다. 권 장관이 취임한 이후 소관 상임위의 신고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업무보고 현장은 곧 국토부의 비리를 성토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국토부 직원들이 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아 총리실에 적발되고 부동산 관련 부서의 한 과장이 거액의 돈과 선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장관은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모범적인 공직자상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된다. 공사구분이 분명할 정도로 깐깐한 성품의'선비'라 불린다. 해외연수나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후배들이 작은 선물이라도 가져오면 호통을 쳤다는 에피소드가 그의 프로필에 따라다닐 정도다. 권 장관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도 직원들에게 공직자의 윤리를 유독 강조했다. 자신의 지난 공직생활과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러웠던 사례까지 거론했다. 권 장관은"8개월이지만 밖에 나가보니 알겠더라. 국토부를 떠나 있어도 한번 국토부인은 영원한 국토부인이다. 업무자세는 물론 평소 행동과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식 도중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도덕성''청렴성'이었을 정도다. 그런 권 장관이 취임 보름 만에 직원들의 도덕성 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직원수만 5,773명에 이르는 공룡 부처인 국토부와 31개의 산하단체를 책임지는 수장이다. 국토부와 산하기관 직원 한명한명의 말과 행동이 그의 말과 행동이다. 그가 이번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권 장관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반드시 내부기강을 세우고 조직을 추스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향후 국토부의 정책 신뢰성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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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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