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미공조 더 강화하자

밀운불우(密雲不雨). 얼마 전 교수신문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6년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 최대 표를 얻은 사자성어이다. 조건이 갖춰졌는데도 일이 성사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어쩌다 한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는지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늘 웃는 얼굴로 국민을 편하게 했다며 임기 후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왜 늘 호전적이고 짜증이 나 보이는가. 청와대의 주장대로 무책임한 언론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책임과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는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정부, 각종 위원회, 그리고 집권당이 국민이 안심할 수 없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것은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뜨거운 마음으로 냉철하게 사리를 판단해야 하는데 가슴은 편협하고 머리는 고정관념으로 정형화된 사람들이 국정을 관장했던 것이다. 지난 수년간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국제관계에서 한국은 점차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 상실과 한미동맹의 불안정이 있다. 국가간 협상에서 자신의 카드를 되도록 감추고 상대방에게 애매한 신호를 보내는 전략이 협상력을 높인다는 것은 교과서적 수준의 이야기이다. 북한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정부는 그러한 전략을 쓰지도 않고 있지만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포용정책은 무시(ignoring)와 대결(confronting)이라는 카드조차 포기했음을 북한에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경협이나 쌀ㆍ비료 등 경제적 지원을 계속 당당히 요구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주한 미군사령관이나 미국 국무성 관리들이 한국 정부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음은 확실하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 이는 매우 불안한 조짐이다. 우리는 유사시 전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석유 공급이나 정보, 병참 지원 등에서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핵 국가가 된 북한은 핵 확산을 원하지 않는 미국에 압박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이 돼갈 것이다. 또한 북한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미국은 믿을 수 없는 한국에 의지하기보다 중국을 움직여 상황을 타개할 것이다. 그동안 주한미군 재배치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논의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모습은 차라리 희극이었다.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이상은 공상일 뿐이다. 미국 정부가 근래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 혹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업자득이다.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우리 국가 위상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겉으로 표방하는 언어적 수사와 상관없이 중국과 일본은 모두 지역 세력구도의 불확실성을 높일 한반도 통일국가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다. 미국도 기본적으로는 현상유지를 바라겠지만 그래도 반미 국가만 아니라면 지정학적 위치상 가장 남북통합에 반대하지 않을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굳건해야 남북통일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협조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한반도에서 긴장완화가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남북이 통합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주권을 갖는다는 데 반대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방인 미국과의 신뢰 상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이 어떻게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 현정부에 묻고 싶다. 이제 정부는 이념적 집착을 거두고 적절한 대북 및 대미 정책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국민은 불안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투자를 늘려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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