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백화점 토종브랜드 기피증

최근 한 패션 전문 컨설팅 업체는 올해 8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가 국내 의류 시장에 신고식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신규브랜드가 늘어난다는 것은 제품의 종류가 많아져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폭 넓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한번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전체의 60%가 넘는 50개가 바다 건너 들어오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로열티를 지불하고 상표를 도입해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라이선스 브랜드가 23개, 해외 본사로부터 제품을 직수입 해 국내에서 판매만 하는 브랜드가 27개다. 관련 업체들이 브랜드를 수입하는 데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백화점 입점이 쉽기 때문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다. 한 예로 최근 유명 해외 남성복 A 브랜드를 라이선스 받아 제조 판매하던 한 중소 업체는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자 또 다른 유명 브랜드 B를 라이선스로 전개하기로 했다. 똑 같은 설비에서 생산한 제품을 이름만 바꿔 같은 자리에서 판매하게 된 셈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더라도 품질 면에선 차이가 없으나 그렇게 되면 당장 백화점에서 쫓겨 나게 될 것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토종 브랜드로 백화점에서 영업을 하던 한 유아복 업체는 백화점 측으로부터 퇴점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이 업체가 할인점을 통해 판매하는 또 다른 브랜드 명이 백화점서 유통되는 브랜드 명과 유사하기 때문에 백화점 고급화 정책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의류 업체 뿐만이 아니다. 제품력, 마케팅력에서 국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한 화장품 업체도 국제적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취지 하에 오랜 준비 끝에 신규 토종 브랜드를 내놓았으나 수입사에 밀려 1년이 넘도록 백화점 매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력은 있으면서 브랜드를 수입하는 업체나 토종 브랜드를 붙들고 답답해 하는 업체나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백화점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백화점 매장을 확보하고 당당히 영업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냐며 말끝을 흐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정영현기자(생활산업부)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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