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시, 교육청 사업 1400억 지원 논란

화장실 개선·스쿨버스 운영 등 2018년까지 매칭 지원 합의<br>예산 없어 쩔쩔매는 구청은 외면<br>"시민혈세 정치 목적 지원" 지적도

서울시가 서울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 등에 1,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라지만 25개 자치구들이 예산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서 시 교육청에만 예산을 대폭 투입하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17일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은 시청사 학교 화장실 개선과 학교급식 친환경 비율 확대, 스쿨버스 운영, 유치원 확충, 학교 건물내진 보강 등 4개 분야 20개 교육협력사업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시와 교육청이 수립부터 집행·평가까지 함께 하는 것은 전국 최초의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경계를 허물고 오직 서울시민을 위한 통합행정을 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들 사업은 2018년까지 4년간 민자유치를 포함 5,160억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당장 내년부터 공동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 699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274억원은 서울시가 부담하게 된다. 이렇게 4년간 서울시가 매칭으로 부담해야 할 예산은 1,400억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예산지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와 교육청이 합의한 협력사업 중에는 서울교육청이 추진해 오려다 예산이 부족해 중단되거나 축소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서울시 예산지원 발표가 없었다면 화장실이나 노후화된 건물 개선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교육청에서 이미 하고 있던 사업을 서울시에서 크게 (예산을) 부담해주겠다는 결단 있었다"며 서울시 예산지원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눈치다. 조 교육감은 이어서 "부족한 예산은 서울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조 교육감의 지원기대 발언이 나오자마자 박 시장은 얼굴이 굳어지며 "제가 은행이라도 하나 만들까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순간 발표회장은 순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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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 누리과정 예산도 석달치밖에 편성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서울교육청에 서울시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비록 매칭으로 지원하는 형식이지만 서울시가 서울교육청 사업에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서울시 예산과 교육청 예산은 엄연히 구분돼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 예산이 없어 좌초 위기에 놓인 사업들을 지원하는 것은 시민들의 혈세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고 선별적 복지를 내세운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후 보궐선거에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박 시장이기에 무상복지 정책만큼은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예산이 없는 교육청이 일반 사업까지 지지부진하면 선택적 복지를 해야 된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어 박 시장이 부담을 느껴 예산지원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이번 협력사업 추진과 별개로 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무상급식 분담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은 시와 자치구·교육청이 20대30대50 비율로 분담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교육청은 시의 부담율을 5%포인트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시가 무상급식 예산분담 비율을 25%로 상향하면 내년 교육청의 부담은 257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이번에 교육청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무상급식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지원이라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개 협력사업은 시와 교육청이 10개씩 제안한 것으로 그동안 양 기관이 각각 추진해 왔거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사업"이라며 "앞으로는 학교 안은 교육청, 학교 밖은 서울시가 전담하는 역할 구분 없이 20개 사업에 대해서는 계획수립부터 집행·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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