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23일] 대통령 국정쇄신의 성공 조건

[시론/6월 23일] 대통령 국정쇄신의 성공 조건 김형준 쇠고기 정국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 청와대 인사 전면 개편, 쇠고기 추가협상 완결 등 새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송구스럽다”에서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참회 모드로 전환했다.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 비서진을 전면 개편한 데서 보듯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진정성과 절박함이 묻어난다. 쇠고기 추가협상의 핵심은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무기한 수입을 중단하고 한국형 품질 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쇠고기만 수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업체는 미 검역 당국으로부터 ‘쇠고기가 한국 QSA에 따라 생산됐다’라는 내용을 명기한 수출위생증명서를 발부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다. 정부는 “간접보증이기는 하지만 직접보증 방식과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다”면서 “수출위생증명서가 없거나 증명내용이 없는 제품은 전량 반송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과연 성난 촛불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수입이 중단되기 전까지 직접보증 방식인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따라 미 정부 검역관이 도축장을 감독해도 뼛조각이 여러 차례 발견됐기 때문에 한국 QSA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더구나 국정운영 시스템의 변화 없이 단순히 인물을 개편한다고 효율성이 저절로 담보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정쇄신의 완성도를 높여 민심을 수습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단 없는 성찰과 대담한 변신을 보여야 한다. 첫째,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손익에 맞춰 계산하는 경제적 시각에서 벗어나 통합성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기업은 ‘사유재’을 추구하지만 정치는 반대로 ‘공공재’를 추구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공공재가 갖고 있는 ‘비배제성’과 ‘비소비경쟁성’의 특성은 무임승차자를 양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그들을 배제할 수 없다. 효율성만 강조해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비판 받을 만한 정책들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늦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물ㆍ가스ㆍ전기ㆍ의료 이외에 민생과 직결된 공기업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개혁 효과가 국민 생활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 국민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격하지 말고 보수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조적 지혜가 필요하다. 균형ㆍ분배ㆍ책임ㆍ투명ㆍ평화 등 진보가 추구하려는 가치를 보수 정부의 정책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성숙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는 그동안 진보 진영이 주도했던 교육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서민 가정의 자녀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립학교로 전학해 좋은 교육을 받기 원하면 국가가 이를 보조해주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다. 보수도 진보 못지않게 교육의 평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도 이러한 ‘온정적 보수주의’의 견지다. 효율과 경쟁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포용과 책임을 함께 추구함으로써 진정한 변화와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셋째, 여야가 함께 국정쇄신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야당을 배제한 채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만으로는 결코 국정쇄신을 완성할 수 없다. 야당의 존재와 기능을 인정해 진정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예우를 갖출 때만 그것이 가능하다. 대통령과 여당은 여야 간 대립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경제 현안과 국가안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게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국가 현안에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대담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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