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추석 경기 들여다보니] 밤늦도록 매장 북적… 100만원 한우세트 한번에 28개 주문도

■ 들썩이는 백화점·마트

대량 구매 나온 손님들 오전부터 식품관 점령<br>300만원짜리 굴비 등 프리미엄 상품 많이 팔려<br>11번가·G마켓 등 온라인몰도 판매 실적 껑충

추석을 열흘가량 앞둔 27일 오후 큼지막한 추석맞이 플래카드가 걸린 남대문시장이 추석선물과 제수용품 등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권욱기자



# 2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생활용품 판촉사원들이 저마다 명함과 상품 전단지를 지나가는 손님에게 내밀며 유치전을 펼쳤다. 한 손에 계산기를 쥔 판촉사원 홍모씨는 구입 상담을 받은 고객에게 "구매 수량이 많으면 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며 "추석 대목이라 결제하기 위해 줄 서는 데 10분씩 걸리니 구입 결정 후 미리 전화를 주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저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평일 폐점시간 직전이었지만 백화점 2층에 마련된 상품권 코너에는 양복차림의 직장인들이 차례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식품코너에도 늦은 밤까지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물을 전달할 주소록을 준비해온 법인 고객은 전문 상담원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계약서에 서명했다. 상사와 함께 고객사를 위한 추석 선물 주문을 마쳤다는 회사원 최모씨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분들에게 백화점 고가 상품을 선물하기 위해 직접 매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가위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업계는 이달 초만 해도 수년간 지속된 장기 불황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우울증까지 겹쳐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두고 걱정이 많았다. 연중 최대 대목인 추석마저 '흥행 참패'를 기록한다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마저 실적부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마다 3~4주간의 추석 선물 예약판매를 진행한 뒤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자 전년 대비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법인영업팀의 강태석 매니저는 "최근 대기업·중소기업 등 법인 구매가 많아지고 있다"며 "법인 고객의 경우 추석을 1주일 앞둔 8월 말에 집중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좋아졌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초반 분위기는 예년보다 확실히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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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롯데백화점 법인영업팀이 비상근무에 들어간 가운데 지하 식품관은 오전부터 대량 구매를 위해 시장조사를 나온 기업체 직원들로 붐볐다. 이른 시간이지만 선물 상담 및 배송 접수 코너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롯데백화점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선보인 120만원짜리 한우 세트는 이미 42세트가, 105만원짜리 암소한우 세트는 65세트가 팔려나갔다. 300만원짜리 굴비 세트와 100만원짜리 전복 3세트도 벌써 주문이 완료됐다. 우길조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프리미엄 상품의 종류가 많은 와인과 건강식품의 경우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판매수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 역시 22일 이후 '한가위 선물 상품전' 매출 신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1%를 기록하며 추석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무역센터점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 고객이 100만원짜리 고가 한우 선물세트를 한번에 28세트나 주문하기도 했다"며 "정육·수산·건강식품 등이 골고루 잘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22일부터 26일까지 추석 선물 본판매를 실시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49.1%로, 특히 정육이 77.1% 급증하면서 추석 대목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90만원짜리 와인 세트도 일찌감치 판매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실질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백화점을 찾는 중산층 소비자가 증가하는데 요즘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과 함께 유통업계가 끝장승부 식으로 진행 중인 프로모션이 소비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비해 가격대가 낮은 선물세트가 많이 거래되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역시 지난 추석에 비해 매출이 호조세를 띠고 있다. 롯데마트가 18일부터 26일까지 추석 선물 본판매를 실시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판매수량이 6.7%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선물세트의 구입단가도 2만5,447원으로 전년의 2만2,293원 대비 14.1% 증가했기 때문이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현재까지 본판매 실적은 24일이 의무휴업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대비 40% 이상 뛴 수준"이라며 "지난 일요일에 문을 닫았던 대신 명절 전 일요일에 영업하는 만큼 다가오는 주말이 선물세트 매출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12일부터 26일까지 추석 기획전 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고 G마켓에서는 생활선물 세트를 포함한 과일·한우·굴비 등 인기 추석 선물 10종의 최근 2주간 매출이 9%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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