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질서 흔드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한 것은 금융 시스템은 물론 시장원칙 자체를 뒤흔드는 극단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조경태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의원 21명은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예금자보호 한도액(5,000만원)을 넘는 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예금자보험기금으로 보상해주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가경제가 어떻게 되든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8개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자 1만2,153명과 후순위채권 투자자 3,700여명으로 이들의 총 피해규모 9,900억원을 전액 보상해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요지다. 적용시기도 올 1월부터 소급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입법권 남용이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민심이 불안하다고 법과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경영부실을 덮기 위해 대거 발행한 후순위채권은 고위험 고수익 채권으로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후순위채권 투자자 대부분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공적자금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에게까지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예금 전액을 보상하는 것은 예금보험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금융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의 책임이 부분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실패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금융기관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금융부실 사태에 나쁜 전례가 될 악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업정지 사태로 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되지만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대신 안전성이 낮은 저축은행을 택한 데 따른 대가라 할 수 있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에 대규모 부정인출을 야기한 정보제공자들도 지역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예금자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법안까지 전격 제출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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