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취업 준비로 고향도 못가요"

추석 앞두고 대학가·고시촌 둘러보니…<br>학생들 등록금·취업은 절박한 삶의 문제인데<br>정부·정치권은 票의식 보여주기 이벤트로 생각

추석 연휴를 앞둔 9일 서울 서강대 도서관에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기약 없는 취업을 위해 공부와 씨름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은 모자라다. 수없이 입사원서를 내도 합격 통보는 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공부와 씨름하는 대학가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추석을 코앞에 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한모(23)씨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등록금 완화 방안에 대해 강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다음주에 있는 한 회사의 최종 면접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은 절박한 삶의 문제인데 정부와 정치권은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취업 준비로 바빠서 등록금 집회에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나처럼 숨죽여 분노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이재용(31)씨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이씨는 "반값등록금은 대선에서 대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당초 실현 가능성이 없던 것 아니었느냐"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한 지원보다는 대학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불고 있는 안철수 바람에 대해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체적으로 호감을 나타냈지만 안씨의 이미지에 대중들이 너무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지금 안철수연구소에서 신입공채를 하고 있는데 연휴 직후에 지원을 하려고 한다"며 "안씨가 한국의 정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기성세대들과 달리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보다는 큰 원칙과 가치에 따라 실천했다"면서 "이런 모습에 젊은이들이 감명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혜인(24)씨는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점을 간과한 채 성장에만 집착해온 결과 젊은 세대가 지금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안철수씨와 같은 신선한 바람이 낡은 정치판을 뜯어고쳐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3년 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성호(29)씨는 "안씨에 대해 젊은이들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다를 수 있다"며 "그의 이미지에 너무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여전했다. 올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나윤진(24)씨는 "교육감의 금품수수 의혹을 보면서 진보 인사들에게 갖고 있던 일말의 기대감이 무너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복학도 했으니 다른 데 관심 끄고 내 살길 찾아 공부만 하는 게 제일"이라며 학교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시생 양희섭(28)씨도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시달려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고 기성세대들도 남의 일인 양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층들이 고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도 정부나 기성세대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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