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노조 혁신, 실천이 문제다

조희제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노조 혁신, 실천이 문제다 조희제 hjcho@sed.co.kr 한국노조의 검은 뒷모습이 흉하게 드러났다. 현대ㆍ기아차 노조와 항운 노조의 취업장사, 여의도 한국노총 근로자복지센터 리베이트(뒷돈) 수수 등등. 노조의 비리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다. 도덕성과 순수성을 무기로 거대 자본과 이들을 비호하는 권위주의 정권과 싸워왔다고 자부해온 한국노동운동이 내부로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조 죽이기라는 말도 하고 있지만 노조 위기론에 더 무게가 실린다. 노동운동 전문가들은 노조의 비리는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노동귀족의 악습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곪아서 터질 것이 터졌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취업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노조원들의 분노와 자성과 성토로 가득 차 있다.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이들은 이제 노동자가 아니다" "비리 조합간부들은 악덕 자본가보다 더 나쁜 내부의 적이다". 노조간부들의 비리에 대한 적개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노동계를 이끌어온 양대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며 노동운동의 순수성까지 의심받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분식회계와 부당한 하청계약, 비자금 조성 등을 비난하면서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강조했던 노동단체들이 그들이 비난했던 대기업의 비리와 전혀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던 민주노총은 이후 내부갈등에 빠지며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투쟁파와 협상파간 폭력충돌까지 가는 분열양상을 겪었다. 여기에 산하 최대조직체인 현대ㆍ기아차 노조의 취업장사가 드러나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리더십을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59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처한 한국노총의 비리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위원장을 지냈던 이남순씨가 여의도 근로자복지센터 건축 관련 리베이트(뒷돈)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씨가 노조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요구한 뒷돈만 40억원에 이르며 이중 개인적으로 유용한 액수도 9억원이나 된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한국노총 2인자인 권오만 전 사무총장의 비리수사의 유탄을 맞은 것이기는 하지만 전임 위원장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맞게 된 한국노총은 입이 있어도 변명의 말을 찾지 못할 처지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노조가 이렇게 도덕성을 잃게 된 것은 조직의 관료화와 권력화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노총의 경우 선출직 간부 중 3선 이상이 42% 이상이다. 10명 중 4명 이상이 한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35년간 산별연맹 위원장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도 별반 다르지 않다. 3선 이상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자본과 권력의 회유와 강압을 굳건히 견뎌내며 열정적으로 노동운동을 해나가는 노조간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게 돼 있는 법이다. 노동계 안팎에서 노동계가 자기혁신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죽했으면 민노당 의원들까지 나서 뼈아픈 자성과 자기혁신을 요구했겠는가. 노동계는 반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호응해 자정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노총은 1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노조혁신안을 의결했다. 투명성ㆍ도덕성ㆍ민주성ㆍ자주성을 되찾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민주노총도 내부고발센터와 간부행동강령을 만들기로 했으며 조만간 종합적인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혁신발표나 내부개혁 의지가 이번에도 말뿐인 개혁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자정이 아닌 봉합에 그칠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봉합은 해결이 아닌 더 큰 노동운동의 위기로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양 노총은 명심해야 한다. 5일 한국노총은 비리로 얼룩진 여의도복지센터에 새 터전을 마련, 이사한다.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집이 새 부대가 될지 새로운 비리의 온상이 될지는 노동계 스스로에 달려 있다. 입력시간 : 2005/06/02 17:12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