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외신들은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10년 만에 보수주의 정권이 들어선 만큼 한국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 미국 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과의 공조 강화, 대북 상호주의 등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가 이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이 대미 외교를 중시한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보다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저널은 “대북정책이 차기 정부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와 달리 6자회담에서 워싱턴과 평양 사이를 줄타기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의 7ㆍ4ㆍ7공약(연 7% 성장ㆍ국민소득 4만달러ㆍ세계 7위 경제대국)을 소개하면서 “경제의 대외적 여건이 악화된 상황이라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업인 출신으로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동맹 강화, 작은 정부 구현, 경제성장 등에 초점을 맞춰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이전 정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이는 노무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보수세력들이 반길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통신사들도 새 정부 출범으로 달라질 한국의 모습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풀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고 AP통신은 “불도저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북핵에 대한 미국과의 공조 강화 등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취임식에 후쿠다 야스오 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일본의 언론들도 한일관계의 진전을 예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지 않겠으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자”고 언급한 것에 고무된 모습이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4일 사설을 통해 “일본에 있어 한국은 중국ㆍ미국에 이어 제3의 무역 상대국”이라며 “양국 모두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한일 간 경제연대협정(EPA)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이 국가 간 관계 개선을 통한 대아시아 외교 중시를 밝힌 만큼 향후 대일 외교가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반대로 경제를 중시하고 최고경영자(CEO)형 정치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은 ‘현실 외교’를 취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떠나가는 노 전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한국의 여론으로부터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일본은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미ㆍ일과 밀착된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섭섭한 속내를 내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해 광저우(廣州)일보 등은 이 대통령이 후쿠다 일본 총리와 첫번째 정상회담을 갖는 점에 주목, “한일 외교에 훈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소외된 듯한 한중관계를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