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외 IT 경기 위축 징후 뚜렷…하반기 시장 어두워

정보기술(IT)분야 경기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위축되는 기미가 뚜렷하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휴대전화에 대한 지속적인 가격 인하 전망이 증시에서 기정 사실화 돼가는 상황에서 개인용컴퓨터(PC)나 D램 반도체의 수요 역시 이렇다할반등 조짐이 25일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PC 교체주기 과연 도래했나 PC 관련업체들과 시장 분석가들은 지금까지 기업용 PC 교체가 올해 본격적으로이뤄질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4월까지인 휴렛패커드(HP)의 회계연도 2.4분기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델의 같은 기간 순이익도 증가세를 보이자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더높아졌다. 하지만 PC 수요가 이달에도 이렇다할 증가 움직임을 나타내지 못하자 몇몇 전문가들은 PC 교체주기가 소리없이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BS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테크텔은 PC 및 노트북PC의대기 수요나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켈리 테크텔 CEO는 "PC 재고가 증감하는 가운데 대기 수요가 슬그머니사라져 버렸다"며 "IT분야에 대한 지출 증가는 발생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처럼낮은 비율일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개학 수요' 실종 미국의 개학에 따른 신제품 수요와 연말 선물 수요는 하반기의 PC와 D램 수요증가를 예상하는데 있어 중요한 계절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인 미국의 개학 수요가 아직 발생하지 못하고 있어 관련업계의올해 영업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김남형 수석 분석가는 "이달 하반기부터 발생해야할 개학 수요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HP와 델의 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HP는 이달까지가 회계연도 3.4분기고 델의 경우에는 2.4분기다. 김남형 분석가는 이어 대형 PC 제조업체들의 8월 인도분 제품 수주도 증가 조짐이 없으며 이같은 현상이 단기적으로 PC는 물론 D램 시장까지 침체시킬 수 있다고우려했다. 그는 특히 미국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256메가비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가격이 최근 2개월간 4달러 후반에 머물면서 PC업체들은 주기억장치 기본 장착 용량을 쉽사리 512메가바이트로 늘리려 하지 않고 이는 다시 D램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D램 업체들이 하반기에 생산량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점 또한 D램 시장의 회복을 쉽사리 단정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LCD.휴대전화시장 성장 둔화는 기정사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이미 LCD 관련업종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그로인한 가격 하락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LCD 관련제품 가운데 현 시점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성을 가진 LCD TV역시 아직은 제품 가격이 수요를 촉발시킬 만큼 충분히 떨어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메릴린치가 최근 대만 최대의 LCD 제조업체 AU옵트로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한꺼번에 2단계나 낮춘데 대해 LCD업종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풀이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 역시 제품 출하량 정체와 가격 경쟁 전망으로 인해 하반기 시장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노키아가 상반기부터 시작된 가격인하 및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하반기에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인 데다 휴대전화 단말기 분야가 포함된 삼성전자의 정보통신부문의지난 2.4분기 영업이익률이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0%선까지 낮아지자 휴대전화업계는 물론 연계업종에 대한 부정적 시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경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비교적 경기에 민감한 IT업종 주가는 이미 이들 국가의 호황을 반영, 한차례 상승했다"면서 "따라서 국내외 경제 상황이 본격적인 호전 국면으로 들어가거나 IT 제품에 대한 폭발적인 신규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IT 업체들의 실적 호전이나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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