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헛다리짚기 연속" 불신만 키웠다

■ 참여정부 경제부총리들이 쓴 '부동산 드라마'<br>"투기 막겠다" 고강도대책 잇단 실패 '쓴맛' <br>교체때마다 후임에 맹공다하는등 수모도<br>부동산 올인하느라 경제챙기기도 낙제점



‘경제 리더십 회복을 통한 경기회복.’ 올 7월 취임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경제 현안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권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을 거론하며 강력한 재경부론을 표방했다. 그로부터 5개월여가 흐른 11월15일. 권오규 부총리는 ‘11ㆍ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경부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정책의 중심이 부동산으로 ‘올인’ 되는 순간이었다. 경제부총리와 부동산과의 인연. 이는 비단 권오규 현 부총리만이 아니다. 참여정부 역대 경제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부동산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현재까지 ‘부동산과의 전쟁’이라는 장편의 드라마에서 경제부총리는 주연 역할을 맡아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부총리가 들어설 때 마다 전임 경제수장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고 경제부총리가 집과 땅에 집중하는 사이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체감경기 부진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부총리, 이어지는 부동산과의 악연=참여정부 첫 부총리인 김진표씨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늪에서 허덕였다. 지난 2003년 10월29일에는 이른바 부동산 세제 강화를 골자로 한 ‘10ㆍ29 대책’을 내놓았다. 발표 당시 그는 “현행 법 체제하에서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포함했다”고 일갈했다. 그 뒤 경제수장에 오른 이헌재 전 부총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재건축 가격이 급등하자 2005년 2월17일 일명 ‘2ㆍ17 대책’ 등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놓는다. 판교 일괄분양을 골자로 한 이 대책은 판교와 재건축발 투기 열풍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 부총리 자신이 부동산 스캔들에 휘말려 자리를 내놓게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세번째 부총리인 한덕수 전 경제수장은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8ㆍ31 대책(2005년)을 지휘했다. 대책 발표 당시 그는 자신감에 찬 어투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 집값을 2년 전으로 되돌릴 것이다”는 발언을 빼놓지 않았다. ◇물고 물리는 정책 방향=2003년 10ㆍ29 대책은 보유세 강화,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등 이른바 세금 중심의 수요 억제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그 뒤 후임자인 이헌재 전 부총리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이 전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는 측면과 부동산 세제를 바로 잡는 측면이 혼재돼 있다”며 “투기를 무조건 부동산 세제로 막는 게 아니라”고 10ㆍ29 대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10ㆍ29 대책 때 나온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에 대해 시행시기를 1년 더 연장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덕수 전 부총리는 8ㆍ31 대책을 통해 공급확대보다는 세금 강화를 통한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이렇다 보니 8ㆍ31 대책이 10ㆍ29 대책의 보완판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수장인 권오규 경제부총리. 그의 주도하에 나온 11ㆍ15 시장 안정화 방안은 고밀도 개발을 통한 공급확대가 주요 골자다. 이는 한덕수 전 부총리는 물론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금기시돼 온 것이다. 정책 방향만 다를 뿐 경제부총리 주연의 부동산 드라마는 좀처럼 종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 사이에 한국 경제는 점차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